


30개 한국국제학교에 1만명 이상 재학
예산 지원ㆍ법률 정비 등 과제도 산적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3월 마닐라에서 정식 개교하는 필리핀한국국제학교는 우리 교민사회가 외국에 건립하는 서른 번째 한국학교다.
17일 교육과학기술부가 펴낸 관련 연구자료 등에 따르면, 해외에 세워진 첫 한국학교는 일본의 오사카금강학교와 오사카건국학교로 64년 전인 1946년 건립됐다.
이후 산업ㆍ경제 인력의 해외 진출과 함께 1960년대 대만, 1970년대 중동, 1980∼90년대 중국 등에서 잇따라 한국학교가 탄생했다.
한국학교는 중국 10개, 동남아시아 8개, 일본 4개, 중남미 3개, 중동 4개, 독립국가연합(CIS) 1개로, 1만 명 이상이 재학 중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지원예산이 늘고, 학교 자율에 따라 집중적인 영어교육이 가능해져 2003∼2008년 재학생은 6천335명에서 1만769명으로 70% 이상 급증했다.
모든 한국국제학교는 초ㆍ중ㆍ고의 재량활동 시간을 모두 생활영어(회화)로 편성할 수 있고 음악ㆍ미술에 대한 학기별 집중이수제 도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설, 재정, 교사 자질 등의 면에서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김포대 안정근 교수 연구팀은 작년 1월 교과부 연구용역을 받아 수행한 `재외동포교육 발전 방안' 보고서를 통해 한국국제학교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예산 확보와 법률 정비 등을 꼽았다.
안 교수에 따르면 2003∼2008년 한국국제학교 재학생 수는 70% 이상 증가한 반면 재외동포 교육기관 운영 관련 정부의 총예산은 9.7%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전체 한국학교 수의 60%, 학생 수의 80%가 집중된 중국과 아시아의 학교들은 등록금 의존도가 평균 75%에 달하는 실정이다.
또 2007년 `재외국민의 교육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현지 사정에 맞지 않은 조항이 적지 않다는 것이 안 교수의 지적이다.
안 교수는 "재외동포들이 한국으로서 정체성을 지키면서 동시에 현지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도록 돕는 일은 동포 개인을 위해서나 국가 발전을 위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한국국제학교보다 영미 계열 국제학교를 선호하는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필리핀한국국제학교 김성미 교장은 "일부 학부모는 외국 국제학교의 어떤 점이 좋은지 전혀 생각도 해보지 않고 무조건 좋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며 "우수한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인식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자녀교육을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일본의 교육센터처럼 세계의 한국국제학교 실태를 점검하고 연구결과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체 교민 자녀의 교육을 담당해야 할 한국학교 운영이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교민 자녀의 현지 적응 교육과 국내 연계교육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 예산이 한국학교에 집중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동포들의 한글교육 등을 담당하는 한글학교와 한글교육원에 대한 재정 지원이 빈약해진다는 것.
안 교수는 "일본은 일시적인 해외 체류 자녀의 교육과 영주 목적의 이민자 자녀 교육으로 국제학교를 이원화해 운영하는데,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조언했다.
js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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