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단체 항의시위…대법원장 차량 계란세례
전공노, 한나라당ㆍ검찰 규탄 맞불집회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좌편향 불공정' 판결 논란에서 비롯된 사법 갈등 사태가 법조계와 정치권을 넘어 사회적인 이념대립으로 비화되고 있다.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여당의 이용훈 대법원장의 책임론과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은 일부 보수단체의 항의시위, 이에 대응하는 진보단체의 맞불집회로 이어지면서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 `광우병 쇠고기' 파동 때처럼 또다시 사회를 좌우로 가르는 심각한 국론 분열 사태로 나아가는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국가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태의 신속한 해결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4개 보수단체 관계자 50여명은 21일 오전 대법원장 공관 주변에서 전날 나온 PD수첩 무죄 판결에 항의해 "좌파적인 판결이 나온데 대한 책임을 져라"는 구호를 외치며 이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인 뒤 출근하는 대법원장의 관용차에 계란을 던졌다.
전날은 `국회폭력'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남부지법 이동연 판사 집앞에서 시위를 벌여 경찰이 이 판사의 신변보호에 나섰다.
뉴라이트전국연합도 이날 오전 대법원 청사 앞에서 사법부의 전면쇄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처럼 사법부와 판결에 반발하는 보수단체의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이 대법원장의 퇴진 요구까지 나오자 진보단체들도 맞불시위에 나서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PD수첩 무죄판결은 지극히 당연하다. 한나라당과 검찰은 사법부 비판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PD수첩 무죄 판결을 비롯해 사법부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크게 엇갈린다.
사법부와 국민 정서간 괴리가 거듭 극명하게 드러났다며 실망감을 표시하는가 하면 일각에선 당연한 판결이라며 환영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법조 삼륜의 한 축인 변호사 단체들도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19일 강기갑 의원 무죄 판결과 대법원을 정면으로 비판하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 성명을 철회하라며 즉각 대응했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가 이번 법조 갈등 사태를 계기로 다시 극심한 좌우 분열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용산참사나 PD수첩에 이어 전교조ㆍ전공노 시국선언, 철도노조 파업 등 앞으로 남은 민감한 시국사건들에 대한 판결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점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법원과 검찰 모두 이번 사태가 소모적인 분쟁이나 사회적인 대립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회 구성원들의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대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각자 처한 입장과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비이성적인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번 사태가 사회적 대립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도 "사회통합으로 가는 논의 과정에서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개진은 필요하지만, 도를 넘어선 일방적인 의사표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효원 서울대 교수(법대)는 "사법제도나 작용에 대한 비판은 허용되지만 감정적인 비난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모적인 사회분쟁을 막기 위해선 법적, 제도적 장치의 정비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며 사태의 조기해결을 위한 정치권 등의 노력을 촉구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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