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모기 본거지 소탕에 GIS·초음파까지 등장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도심 모기떼를 퇴치하려는 노력이 최근 급격히 진화하고 있다.
기동타격술(모기채)이나 연막술(모기향), 유인술(유도등), 화학전(살충제), 방공호(모기장) 구축 등 고전적 퇴치법이 역부족이라는 판단에 따라 첨단화, 친환경화한 것이다.
26일 서울시 자치구들에 따르면 관악구, 구로구, 강남구 등 각 자치구 보건소는 모기의 활동이 움츠러든 겨울철을 맞아 모기의 본거지를 공격하는 방식의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 일종의 야습(夜襲)이다.
여름철 건물 외부에서 서식하던 모기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건물 지하실이나 집수정, 정화조, 하수구 등지로 모여드는 서식행태를 노린 것이다. 모기 유충(장구벌레)은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서 날이 풀리면 다시 바깥으로 나온다.
구로구와 서초구 등은 GIS(지리정보시스템)를 활용해 모기의 서식지 정보를 컴퓨터 상 지도에 등록해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방역요원이 GPS(위치정보시스템) 기능을 갖춘 단말기를 가지고 GIS에 등록된 모기 서식지를 찾아가기 위해서다.
정화조 등지에 유충이 살 수 없도록 살충제를 투입하고서 찾아간 일시, 살포량 등 방제정보를 단말기에 입력하면 이 정보는 중앙서버의 관리프로그램에 자동으로 기록된다.
한낱 미물인 모기를 잡는 데 최첨단 정보기술이 동원된 것이다.
강남구의 방역기술은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이른바 초음파 발생장치를 이용한 모기 유충 박멸방식이다.
4만 헤르츠(Hz)가 넘는 초음파를 물속에 전달할 때 `공동현상'으로 발생하는 기포를 통해 유충을 퇴치하는 것이다.
적에게 진지를 발각당한 모기 유충은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태에서 꼼짝없이 죽음을 맞이한다는 게 강남구의 설명이다.
이 방식은 살충제 투여와 달리 환경오염 문제가 없으며 1년에 많게는 2억4천800만원이 소요되는 약품 구매비용을 줄일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서초구는 다른 자치구와 완전히 다른 모기퇴치법을 운용하고 있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방법이다.
모기 개체 수가 늘어난 데에는 천적인 미꾸라지나 송사리가 서식지에서 사라진 탓도 큰다는 점에 착안해 이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서초구는 겨울철에도 모기가 극성을 부리자 가락동 농ㆍ수산물시장에서 미꾸라지 2만 8천 마리를 사들여 이를 하천 부지에 방사했으며 현재 100마리 정도를 관리하고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는 하루에 모기 유충 1천 마리 이상을 잡아먹을 정도로 식성이 좋아 1㎡당 4~6마리만 풀어놔도 모기 방제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기 퇴치를 위해 자치구들이 첨단장비까지 동원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올 여름에는 모기떼 걱정을 덜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로구 보건소 관계자는 "날씨가 추워지면 모기는 따뜻한 건물로 들어와 겨울을 난다. 건물 내부의 일정한 공간만 방제하면 돼 여름철보다 작업이 수월하고 효과도 크다. 겨울 방제에 성공하면 편안한 여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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