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폰으로 전 세계 수백개 채널 시청...개화기 맞은 모바일 IPTV
(서울=연합뉴스) 박창욱 기자 = 회사로부터 인도 주재 발령을 받은 김모(37)씨와 대학에서 독일어를 전공하는 서모(여.22)씨는 최근 아이폰을 구입했다.
김씨와 서씨가 아이폰을 구입한 이유는 인도 TV 방송과 독일 방송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듣기 위해서다.
실제로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4.99달러(미화)를 주고 `TVUPlayer'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전 세계 900여개 방송 채널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방송도 YTN, 교통방송, 광주MBC 등 10개 방송사가 이 애플리케이션 통해 방송을 제공한다. 전 세계 한인 동포들도 아이폰으로 어디서나 고국 방송을 리얼타임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캐나다의 라디오 방송인 CBC도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기 애플리케이션이다. 클래식과 재즈 채널을 선택하면 온종일 음악을 들려준다.
말하자면 아이폰이 방송의 국경을 허물어버린 셈이다.
방송법에 의하면 해외 방송사의 국내 직접 진출이 불가능하고 국내 지상파방송사나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통할 경우도 특정 국가의 방송 분량을 제한하는 편성비율을 적용받지만 적어도 모바일 세상에서는 국경이 의미가 없어졌다.
◇세계적으로 모바일 TV 매체·채널 급증 =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한동안 정체를 보였던 모바일 방송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와이파이(Wi-Fi) 무선랜 지역에서 무선 인터넷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모바일 방송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AT&T, 버라이존 등 세계적인 통신사들이 아이폰 등장 이후 스트리밍 기술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방송 채널을 대폭 늘리고 있다.
버라이존은 지난해 12월 18일(현지시각) 모바일 방송 서비스 `브이 캐스트(V CAST)'를 하루 24시간 체제로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뉴스, 오락, 스포츠 등을 비롯해 25개 이상의 주요시간대 쇼와 어린이 프로그램을 스마트폰으로 하루 24시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별도의 모바일 단말기를 통해 제공되는 퀄컴의 `플로 TV(FLO TV)는 최근 월트 디즈니사와 채널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ABC 모바일, 어덜트 스윔(Adult Swim), CBS 모바일, CNBC, 코미디 센트럴, 디즈니 채널, ESPN 모바일, 폭스 모바일 등 10여개의 채널을 확보했다.
일본은 NTT도코모가 지난해 5월 개시한 모바일 방송 `Bee TV'의 가입자가 지난해 11월 하순까지 80만명을 돌파했다. NTT도코모 측은 이 서비스 가입자가 올여름에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CCTV 등 7개 사업자가 모바일 TV 사업권을 갖고 있으며 최근 차이나비전(ChinaVision)과 인민일보 온라인이 제휴, 모바일TV 시장 진출을 위해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로 했다.
서비스 형태가 아니라 TVUPlayer와 같은 PC 기반으로 방송을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들이 무선인터넷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에서 활용되면서, 모바일 방송 서비스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USA투데이는 최근 미국 지방 라디오 방송사들이 아이폰, 블랙베리, 안드로이드 등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토크쇼와 음악 프로그램을 전달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CBS방송 쌍방향 뮤직그룹의 데이비드 굿만 사장은 "지난 7개월 동안 스마트폰 청취자들이 두 배로 늘었다"며 앞으로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이미 모바일 IPTV로 진화 = 국내 지하철에서 상당수 승객이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를 시청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모바일 방송은 우리나라가 앞서가는 분야다.
지난 1995년 시작한 지상파DMB 보급 단말기 수는 2천500만대를 넘었다. 나아가 올해에는 모바일 IPTV로 진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말 출시된 KT의 스마트폰 `쇼비디오'는 기존 DMB와 달리 IPTV 방식이라는 점에서 한 단계 도약 가능성을 엿보인다.
아직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가 1대 1 방식인 유니 캐스트(Uni Cast) 전송 형태로 초기단계이지만 IP망을 이용하고 IPTV 콘텐츠를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프리 모바일 TV'라고 할 수 있다.
쇼비디오는 채널이 40여개로 10개 안팎인 DMB에 비해 훨씬 많고 7만여개의 VOD(주문형비디오)를 담았다. 지하철 등에서 화질이나 안정성이 뛰어나다. 무엇보다도 세계 최초로 방송을 초고속 휴대 인터넷인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에 얹은 것으로 모바일 방송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앞으로 주파수를 받아 멀티캐스팅이 가능해지면 PC에서 인터넷 개인 방송이 봇물이 터지듯 모바일에서도 개인방송 시대가 열린다.
모바일 IPTV는 다채널 방송, 주문형 비디오(VOD), 양방향 서비스, 지상파 실시간 방송 등 유선 기반의 IPTV가 가진 장점을 그대로 모바일로 옮길 수 있다. 모바일 IPTV는 IPTV의 상위 버전인 IPTV 2.0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DMB가 채널 수가 부족하고 양방향 서비스에 취약점을 가진 것과 대조된다.
하지만, 모바일 IPTV가 완성되려면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
우선 IPTV 서비스를 무선에서는 제공할 수 없도록 한 법 제도를 개선해야 하고 주파수 분배 등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또한 무선인터넷 시대를 맞아 데이터 트래픽 폭주에 대비해 와이브로 등 망을 확대해야 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모바일 IPTV 가입자는 4G(세대) 통신망이 구축되는 2013년께 본격 확대될 전망이다. 그만큼 고도화된 통신망의 지원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모바일 TV는 DMB와 IPTV가 병존하는 형태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KT 컨버전스와이브로사업부 김병균 부장은 "내년에는 무선인터넷 시대를 맞아 모바일 TV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DMB의 장점과 IPTV의 양방향성, VOD 등 강점이 합쳐지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최근 DMB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4.9%가 모바일 IPTV를 수용할 의사가 있지만, DMB와의 선택에 대한 물음에는 가장 많은 41.0%가 두 서비스를 비슷하게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ETRI 김성희 박사는 "궁극적으로는 채널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는 강점이 있는 모바일 IPTV로 갈 것이며, 2010년은 이를 위한 전 단계가 될 것"이라며 모바일 IPTV의 개화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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