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 정보통신(IT) 인프라 하면 흔히들 한국을 떠올리지만 무선 인터넷 분야에서 한국은 아직 후진국 대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말 현재 전 세계 모바일 인터넷의 이용자 분포를 보면 최강국인 일본이 81%를 점한 데 비해 한국은 12.5% 수준에 머물렀다.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그러한 격차가 이후로도 좁혀지기는커녕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한국의 무선데이터 사용 비중은 전체 통신량 대비 17%대로 하락한 반면 일본은 41%, 후발주자인 미국도 26%로 급성장하며 일본과 1,2위를 다투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다양한 데이터 이용이 왕성하게 활성화된 유형이 일본이라면 미국은 웹 기반의 이메일 송수신 등 스마트폰을 사용한 무선인터넷 이용 면에서 급성장을 이루고 있다.
반면 한국은 무엇보다 비싼 데이터 이용료 등 서비스 제공자들의 기술적 한계와 정비되지 못한 통신정책 등의 한계를 넘지 못하며 답보 상태를 넘지 못하는 상태다.
방송통신 리서치업체인 마케팅인사이트가 지난 6월 무선인터넷 사용현황에 대해 4천8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28.7%가 `데이터 통화료가 비싸서', 25.2%가 `정보이용료가 비싸서' 무선인터넷을 이용치 않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KT가 들여온 아이폰이 소비자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것도 우리 통신산업이 소비자들의 최신 수요가 어디에 있는 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간 시행착오를 겪어왔음을 입증하는 결과일 수 있다.
따라서 일본과 미국이 걸어온 무선인터넷 서비스 성공 사례를 철저히 연구, 이제는 글로벌 결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당위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 일본, 무선 애플리케이션·콘텐츠 서비스의 천국 = 1999년 `아이모드' 등장이 일본 무선인터넷 발전의 시발점이다.
무선인터넷 1위 사업자 NTT도코모의 `아이모드' 서비스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성장이 더딘 상황에서 ▲패킷당 과금을 통한 이용자 편의 개선 ▲사업자의 시장 장악력 ▲저렴한 과금대행 수수료를 통한 콘텐츠 개발자와의 윈윈 모델 구축 등 장점을 토대로 시장을 발 빠르게 장악해나갔다.
대부분의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들은 이 같은 휴대전화를 통한 이메일 송·수신 서비스에 길들여져갔고, NTT도코모 등 사업자들은 광범위한 30대 이상 고객들을 플랫폼 사용자로 끌어들임으로써 이후 5천만명 이상 사용자 기반을 보유, 매력적인 무선인터넷 시장의 발전 토대를 구축했다.
2003년 들어 도입되기 시작한 무제한 정액제는 시장의 비약적 성장을 이끈다. 지난 2004년 9월 기준으로 일일 평균 무선인터넷 페이지뷰 건수는 5억회 미만이었으나 4년만인 지난해 9월 기준으로 30억회까지 늘어 6배 이상 증가세를 나타냈다.
일본에서 무선인터넷 시장의 괄목할만한 성장은 관련 광고시장의 팽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6억달러 수준에 이른 일본의 모바일 인터넷 광고 시장 규모는 2011년까지 두 자리 비율의 성장세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렇게 광고시장 성장이 뒷받침된 모바일 인터넷 시장은 2006년 이후 다양한 광고기반 사업자들의 참여를 토대로 새로운 성숙기를 맞고 있다.
다양한 기반의 광고 방식 개발로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자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이는 또다시 사용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늘리는 선순환구조가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KT경제경영연구원 전종배·권기영 연구원은 "일본 무선인터넷 시장은 1999~2002년 도입기와 2003~2006년 성장기, 2006년 이후 성숙기를 거쳐 총 사용자 9천만명 이상의 거대 미디어플랫폼으로 진화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미국, 스마트폰으로 차세대 화두 선점 = 2007년 중반 이후 서비스를 개시한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은 이후 무섭게 사용자 수를 늘리며 차세대 스마트폰의 표준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이메일 송수신이 가능한 `블랙베리폰'이 미국 내에서 무선인터넷 발전을 견인해온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면, 지난해 하반기 3세대(3G) 기반의 아이폰 출현은 미국 내에서 유선 인터넷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무선인터넷 기반의 신기원을 일궈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7년 6월 2G 기반의 아이폰이 출현하던 당시만 해도 기존의 휴대전화 전용 운영체제에 기반한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와 아이폰 등 스마트폰 서비스 사이에 큰 차별화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AT&T가 3G 기반의 아이폰 서비스를 내놓고 T모바일의 `G1폰'이 나오자 대세는 급격히 스마트폰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지난 1분기 들어 AT&T의 신규 가입자 가운데 40%가 아이폰 가입자였으며, 이를 토대로 AT&T의 가입자당 무선데이터 매출액(ARPU)은 이 기간 들어 전년말 대비 26.8%나 증가했다.
이른바 `아이폰 효과'로 불리는 이 같은 무선인터넷 사용 증가를 뒷받침한 것은 아이폰에서 사용가능한 프로그램 장터인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의 활성화다.
애플의 하드웨어 소스 공개 정책 덕택에 다수의 개발자들이 아이폰에서 사용 가능한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할 수 있었고, 이의 활성화는 사용자들의 아이폰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상승 작용을 했다.
일본이 휴대전화에 특화된 시장 조성을 통해 무선인터넷 활성화에 성공한 데 반해 미국 모델은 유.무선 융합의 화두에 어울리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보다 더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구글이 곧 내놓을 예정인 넥서스원과 아이폰의 정면 대결은 새해 벽두부터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인터넷 시장을 뜨겁게 달구며 미국 주도의 모바일 인터넷 시장 화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나라가 각각 특화된 이분화된 시장에서 정점의 발전상을 구가하고 있는 반면 우리의 무선인터넷 시장은 휴대전화 기반 서비스에 안주하면서 서비스 요금 인하와 콘텐츠 다양화 전략에도 실패하는 `전략부재'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