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은행권의 주요 자금 조달원 중 하나였던 양도성예금증서(CD)가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예대율(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 규제 시행을 앞두고 은행들이 CD 발행을 줄이면서 자금조달원으로서의 지위를 사실상 상실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 전체 수신에서 CD 등 시장성 수신이 차지하는 비중도 3년여 만에 처음으로 20%대로 하락했다.
은행들은 대신에 예금 유치에 나서면서 예금 금리는 5%대로 높아졌으며 최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시장성 수신, 3년 만에 20%대 하락
11일 한국은행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은행권의 CD, 은행채 등 시장성 수신 잔액은 298조3천28억 원으로, 은행 전체 수신(1천7조 5천97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6%로 잠정 집계됐다.
시장성 수신 비중이 20%대로 떨어진 것은 2006년 10월(29.7%) 이후 3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 비중은 은행간 주택담보대출 경쟁이 불붙었던 2006년 11월에 20%대에서 30%대로 본격적으로 진입한 뒤 2008년 중에는 36%대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대로 다시 낮아진 것은 은행권의 CD 발행 잔액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말 CD 발행 잔액은 전달보다 12조1천억 원이나 급감한 103조 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감소 폭은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많다.
연말 자금수요가 늘면서 법인들이 만기가 된 CD를 은행에 재예치하지 않고 찾아간데다 은행들도 예대율을 맞추려고 CD는 상환하고 예금을 늘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4년간 유예 기간을 두고 CD를 제외한 `예대율 100% 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 규제가 시행되면 은행들은 예금 범위에서 대출해야 한다. 작년 9월 말 현재 CD를 제외한 은행권 예대율 평균은 112.4%로, 대출은 갑자기 회수할 수 없어 은행들은 예금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제 CD는 자금조달용(펀딩)으로는 발행되지 않고 파생상품 거래 등의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발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CD 발행액은 앞으로도 급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금금리 5%대 상승..자금 몰려 조기 마감
한편, 은행들의 예금 유치 노력에 힘입어 예금금리는 5%대로 오르고 있다.
기업은행은 현재 1조 5천억 원 한도로 최고 5.12% 금리를 제공하는 패키지예금을 1월 말까지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적금 가입 또는 신용카드 이용, 급여이체 등 한 가지 이상 다른 금융상품과 함께 가입하면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으로 3천만 원 이상 가입해야 한다.
신한은행은 이달 초부터 최고 연 5.0%를 주는 `2010 희망 새 출발 정기예금' 특별 금리 행사를 진행했으나 사흘 만에 당초 한도로 잡은 1조 원어치가 모두 팔렸다.
국민은행도 지난해 21일부터 4년 연속 국가고객만족도(NCSI) 1위를 달성한 기념으로 1년 만기 금리가 연 4.9%인 고객사랑 정기예금을 내놓았다. 판매 예정일은 오는 2월 2일까지였으나 2주 만에 7조 원이 넘게 몰려 이번 주부터 판매를 중단했다.
하나은행은 1년 만기 연 4.9%를 주는 `투게더 정기예금'을 오는 29일까지 판매하며 외환은행은 최고 4.8% 금리를 주는 예스 큰 기쁨 예금을 팔고 있다.
시중은행 담당자는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고 판단한 고객들이 은행으로 몰렸다"며 "지난해 고금리 예금 막차를 탄 고객도 대부분 예금을 재예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