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금융감독원이 유상증자 등 자본조달을 위해 기업들이 제출하는 증권신고서가 부실하면 '신고서 수리(受理)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자본잠식 등 한계기업을 표적으로 한 것으로, 신고서 수리 거부권이 행사되면 자금줄이 막힌 한계기업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1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한계기업 등이 제출한 증권신고서가 부실하면 아예 신고서를 받지 않는 수리 거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고서 수리 거부권은 지난해 2월 시행된 자본시장법에 규정이 새로 마련됐지만, 그동안 거부권이 행사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신 정정요구를 해왔던 것.
한계기업들은 대체로 자본잠식 등에 따른 상장폐지를 모면하기 위해 감자와 증자 등을 반복해가며 생명을 연장해왔다. 이 가운데 상당수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퇴출당해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허위로 신고서를 기재하거나 중요 사항 기재를 누락할 경우 신고서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물론 정정요구도 병행된다.
지난해 제출된 총 1천75건의 증권신고서 가운데 17.2%에 해당하는 185건이 금감원으로부터 정정 요구를 받았다.
같은 기간 정정 요구를 받은 전체 150개사 가운데 2번 이상 정정 요구를 받은 57개사를 분석한 결과, 사업 부진으로 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저조(`08 사업연도 매출액 감소회사 70.2%)하고 자본잠식 등 재무구조가 부실(자본잠식 57.9%)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정요구를 받은 기업 가운데 부실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한계기업이 시장 분위기를 흐리는 것을 막기 위해 전방위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한계기업 등에 대한 증자 인수 업무를 맡은 증권사에 대해 인수인으로서의 주의 의무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종합검사 때 공시 전문인력을 투입해 검사를 강화키로 했다.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질 것이 뻔한 한계기업들의 증자 업무를 사실상 맡지 말라는 압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건실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들에 대해서는 증시 상장 길을 적극적으로 열어주되 시장의 분위기를 흐리는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퇴출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한계기업들은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