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형편이 어려워 학교에도 못 가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면서도 돕지 못해 미안했는데 미력이나마 누나(언니) 노릇을 할 수 있게 돼 기뻐요."
2002년 6월 입국해 가수로 활동해 온 재중동포 최연화(33) 씨가 3∼4월 중 한국 생활 7년을 결산하는 첫 앨범을 낸다.
공연 틈틈이 법무부 서울출입국사무소에서 홍보대사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최 씨는 11일 "어려운 처지의 청소년이나 난치병 환자들을 지켜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면서 "수익금 중 일부라도 이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최 씨의 첫 앨범은 세미 트로트풍의 타이틀곡인 '샤르르(녹다)'와 조용필&위대한 탄생의 베이스 기타리스트 김선중 씨가 "중국에서 통할 수 있는 곡"이라며 만들어 준 세미 발라드풍의 '내 사랑' 등 7곡으로 구성돼 있다. 앨범 이름은 확정되지 않았다.
그는 서귀포시문화예술진흥회의 '찾아가는 문화의 거리'와 성남시립국악단의 '찾아가는 음악회' 등 고정프로 출연도 중단하고 앨범 제작에만 전념하고 있다.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출신인 최 씨는 1994년 하얼빈 사범대음악과(아코디언 전공) 졸업 후 시문화관 전속 가수로 활동하던 중 1997년 KBS가 주최한 '세계한민족노래자랑'에 참가했다. 하얼빈시 예선을 1등으로 통과한 뒤 본선에서 대상을 받게되자 그가 부른 참가곡 'J에게'가 중국에서도 '셴게이(獻給 J)'란 타이틀로 유명세를 탔다.
2000년에는 DVD 제작업체 뿌뿌까오(步步高) 협찬으로 열린 제9회 뿌뿌까오배 청년가수TV콩쿨에 이 노래로 참가해 가요 부문 동상으로 중국에서도 '전국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내 가슴에게 미안해'는 올해 중국 쓰촨(四川) TV 방송국이 수입해 방영할 예정인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에 중국어 버전(愛在我心底) 주제가로 삽입됐다고 최씨는 밝혔다.
그는 "이후 'J에게'가 동북 3성의 방송국뿐 아니라 중국중앙TV(CCTV)에도 자주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안정적인 직업(시 전속 가수)에 대한 미련도 없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활동해보고 싶은 열망으로 이곳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최 씨는 "한국 입국 후 한동안 문화적 충격이 컸던 데다 서툰 인간 관계 등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지만 지금은 많이 익숙해져 모든 게 재밌고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달에는 한국문화예술신문사가 주관하는 '제10회 한국연예문화예술대상'에서 해외 인기가요 부문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앨범 제작사인 아이엔브이 엔터테인먼트사의 우인기(40) 대표는 "최 씨는 발라드와 트로트 모두를 소화해내고 특히 트로트 계열 가수가 갖추기 어려운 독특한 목소리를 갖고 있는 등 음악성이 뛰어나다"며 "한국문화 등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 태도 등 학구적인 모습도 동료들에게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