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촌 전체가 펄펄 끓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물론 아시아 전역까지 전례 없는 극한 더위가 덮치면서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기후 재난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도 18년 만에 기상특보 체계를 개편하며 사상 처음으로 최고 경고 단계인 '폭염중대경보'를 발효했다.
펄펄 끓는 지구촌... 일본, 40도 넘는 극한 더위에 '고쿠쇼비' 신조어까지 등장
현재 전 세계는 유례없는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을 덮친 폭염으로 6월 하순에만 27개국에서 1만 명이 넘는 초과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사망자의 대다수인 9천여 명은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독일 로베르트코흐 연구소는 올해 독일에서 발생한 열사병 등 온열질환 관련 사망자가 최소 5,120명에 달한다고 추정했으며, 프랑스에서도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이어진 폭염 기간 동안 잠정적으로 5,764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 역시 상황은 심각하다. 서부를 강타한 폭염이 정점에 달하면서 약 5,800만 명에 달하는 주민이 폭염 경보 영향권에 들었다. 몬태나주 빌링스에서는 기온이 섭씨 43도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이웃 나라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최고기온이 40도를 넘는 날을 지칭하는 '고쿠쇼비(酷暑日, 잔혹하게 더운 날)'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7월 중순 기후현과 아이치현 등지에서는 기온이 40도를 넘어섰고 닷새 연속 40도 이상이 관측되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약 1만 1,000명이 온열질환으로 응급 이송되었으며, 산업 현장에는 성인 한 명이 들어가 몸을 식히는 냉각 부스인 이른바 '인간 냉장고'까지 등장했다. 기후변화가 새로운 날씨뿐만 아니라 새로운 단어와 생존 방식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한국 덮친 이중고기압... 사상 첫 '폭염중대경보' 발효
우리나라도 이러한 전 지구적 극한 기후의 직격탄을 맞았다. 기상청은 지난 7월 12일 오전 10시를 기해 경북 포항시와 경산시에 사상 처음으로 '폭염중대경보'를 발령했다. 이어 25일에는 전남 광양에도 세 번째로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다.
폭염특보 제도
기상청이 극심한 더위로 인한 국민의 생명과 건강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운영하는 공식 기상 경보 체계다. 일정 기준 이상의 고온이 예상될 때 사전에 경보를 발표함으로써 국민이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함께 신설된 열대야주의보
2026년 개편에서는 폭염특보와 함께 열대야주의보도 새롭게 도입되었다. 야간 최저기온이 25℃ 이상으로 유지되어 수면 장애와 건강 피해가 우려될 때 발표되는 주의보 단계의 특보다. 낮의 폭염 못지않게 밤사이 고온도 심각한 건강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특보 발효 시 정부의 대응
폭염특보, 특히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면 정부와 지자체는 즉각 총력 대응 체계에 돌입한다. 야외 건설 현장과 농작업장에 작업 중단을 권고하고, 전국 무더위쉼터 운영을 확대하며, 독거노인 등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안부 확인과 냉방 지원이 이루어진다. 폭염특보 제도는 단순한 날씨 안내를 넘어 국민 생명과 직결된 재난 대응 체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폭염의 원인
이번 극한 더위의 원인은 한반도 하층의 북태평양 고기압 위로 상층의 티베트 고기압이 겹치는 이른바 '이중고기압' 현상 때문이다. 덥고 습한 공기가 밀려 올라오는데 거대한 두 개의 고기압이 뚜껑처럼 덮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한반도 전체가 거대한 찜통으로 변한 것이다. 여기에 남풍이 산맥을 넘으며 더 달궈지는 푄현상(Foehn Effect)과 열이 갇히는 분지 지형의 영향까지 겹친 영남 지방을 중심으로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폭염이 나타났다.
재난은 불평등하게 찾아온다. 야외 노동자, 독거노인 등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안부 확인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기후 위기 시대, 폭염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지만 철저한 대비와 이웃을 향한 연대로 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가 만든 '새로운 기준선(New Normal)'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을 단순한 이상기후나 자연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미국 일리노이대의 아시시 샤르마 교수는 기후변화를 "숫자가 바뀐 주사위"에 비유했다. 예전에도 운이 나쁘면 폭염이 발생했지만, 이제는 온난화로 인해 주사위 자체의 확률이 바뀌어 극단적인 더위가 나올 확률이 훨씬 높아졌다는 것이다.
세계 기상 원인규명(WWA)에 참여하는 과학자들 역시 최근의 폭염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요인을 배제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화석연료가 만들어낸 막대한 열에너지가 대기와 바다에 축적되면서, 같은 고기압이 찾아와도 과거보다 훨씬 더 뜨겁고 극단적인 폭염이 더 자주, 더 오래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더 이상 예외적인 기상이변이 아니라, 인류가 마주해야 할 기후변화의 새로운 기준선이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