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과연 언제부터 ‘아이를 낳지 않는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을까. 지금의 저출산 위기는 마치 오랜 시간 누적된 자연스러운 결과처럼 보이지만,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국가는 정반대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 더 많이 낳으라고 독려하던 시대에서, 더 적게 낳으라고 통제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다시 아이를 낳아달라고 호소하는 사회로 돌아섰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변화가 ‘표어’라는 가장 일상적인 언어로 국민에게 전달되었다는 사실이다. 한 시대의 가치관과 국가 전략은 짧고 직관적인 문장 속에 응축되어 있었고, 그 문장들은 개인의 선택을 바꾸고 사회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결국 출산율의 변화는 단순한 인구 문제가 아니라, 시대가 개인에게 요구했던 삶의 방식의 변화이기도 했다.
현재 노년기에 있는 베이비부머(1946년 이후부터 1965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 세대들에게는 산아제한을 가족계획으로 강조하던 출산억제 정책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을 것이다. 또 청년들은 성장과정 내내 저출산의 심각성을 심심찮게 들어왔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정책을 축약했던 표어들은 시대별로 어떻게 변해 왔을까.
1950년대 인구부족
6·25 전쟁 이후 인구 부족에 대응해 “3남 2녀로 5명은 낳아야죠” 등 출산 장려형 표어가 등장했다.
1960~1970년대 3 · 3 · 35 운동 등 산아제한에 사활
1960년대 온 국민이 가난에 허덕이던 시절, 인구 증가가 국가 경제 부담으로 이어지자 정부는 산아제한 정책에 사활을 걸었다.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라는 구호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외쳤고 “3 · 3 · 35 운동”도 벌였다. 3명 자녀를 3년 터울로 낳고, 35세까지 단산하자는 뜻이다. 정부는 ‘아이 적게 낳기 운동’에 전력을 쏟았다. 당시 보건소나 ‘가족계획 지도원’에서는 무료로 불임시술을 해주기까지 했다.
1970년대부터는 “가족계획은 신혼 초부터”, “1974년은 임신 안 하는 해” 등 산아제한 정책을 통해 출산 억제를 본격적으로 유도했다. “둘만 낳아 식량 조절”과 같은 표어는 자녀 수를 2명으로 줄일 것을 권고하며 국민 생활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다. 당시 우리 사회에는 남아선호 사상이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 아들을 낳기 위해 출산을 계속하는 사례들이 많았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대응으로 나온 표어가 “딸 ·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였다.
1980년대 두 자녀에서 한 자녀로
1980년대에는 두 자녀에서 한 자녀로 변화됐다. 특히 이 시기 표어에서는 남아선호 사상에 대한 반대 메시지가 강하게 표현되고 있다. “하나 낳아 젊게 살고 좁은 땅 넓게 살자”, “무서운 핵폭발 더 무서운 인구폭발”, “둘도 많다!”, “하나 낳아 알뜰살뜰”,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사랑으로 낳은 자식, 아들딸로 판단 말자” 등이다.
1983년 출산율이 2.1명 이하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출산정책에 획기적인 전환점이었다. 1970년대 말~1980년대 초반 오일쇼크 등의 영향과 정부의 적극적 산아제한 정책이 맞물려 초래된 결과였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남아선호 사상은 매우 강력해 당시 출생 성비 불균형은 매우 심각했고 남아 출생 성비는 1990년 여아 100명대 남아 116.5명까지 올랐다.

1990~2000년대 정책 방향 급선회, 산아제한 중단
1990년대 들어서면서 정부는 1989년 피임사업을 폐지하고 사실상 산아제한 정책을 중단했다.
남아선호 사상을 완화하기 위한 “아들바람 부모세대, 짝꿍 없는 우리세대” 등의 표어가 등장했다. 1995년 이후 출산율 저하로 인한 노동력 감소와 사회보장 약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책 기조가 급선회했고 1996년 인구 억제 정책은 공식 폐기됐다. 이에 “아이가 미래입니다”, “아기의 울음소리, 미래의 희망소리”, “가가호호 둘셋 출산 하하호호 희망한국”, “허전한 한 자녀, 흐뭇한 두 자녀, 든든한 세 자녀” 등의 표어를 통하여 적극적인 출산장려 정책으로 급선회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인구 증가를 위해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 “하나는 외롭습니다. 자녀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동생입니다”, “한 자녀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 더 행복합니다”와 같은 출산 장려형 표어가 주를 이뤘다.
오늘날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과거 수십 년간 국가가 주도해온 인구정책, 경제 구조 변화, 가치관의 이동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다. 한때는 출산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던 사회가, 이제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역설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