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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칼럼] 아파트 주차 등록에 웬 ‘가족관계증명서’…

실거주 확인이면 충분한데…도 넘은 사생활 검열

▲아파트 주차 등록에 웬 ‘가족관계증명서’… 도 넘은 사생활 검열

 

 

 

​대한뉴스=김기준 기자] 공동주택의 주차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 아래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입주민 대표회의가 입주민을 대상으로 벌이는 과도한 서류 제출 요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차량 등록 과정에서 주민등록등본은 물론, 민감한 가족 관계가 낱낱이 드러나는 가족관계증명서까지 요구하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입주민들의 프라이버시가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범죄 피의자도 아닌데… 법적 근거 없는 사생활 검열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는 개인의 가장 사적인 정보와 혈연 관계, 주민등록번호 등 핵심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긴 매우 중요한 공적 서류다. 이는 엄격한 법적 요건을 갖춘 수사기관의 조사나 공권력 집행 과정에서나 신중하게 다뤄져야 할 정보들이다.

 

​그런데 일상적인 공간인 아파트에 주차를 하겠다는 이유로, 마치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이러한 민감한 서류들을 빠짐없이 제출해야 하는 현실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실제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나 차량 소유 관계는 자동차등록증이나 최소한의 확인 절차로 충분히 소명할 수 있음에도, 관리 주체는 행정 편의를 앞세워 과도한 증빙을 강제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행위가 법적으로 명백히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는 그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수집되어야 한다. 국가 법률 어디에도 "아파트 주차 등록을 위해 등본이나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라는 조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이 서류들은 애초에 아파트 주차 등록 과정에서 제출되어서는 안 되는 원천적 대상 외 서류인 셈이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자체 규약이나 관리소의 필요만을 앞세워 주민의 민감한 서류를 수집·보관하는 것은 명백한 최소 수집 원칙 위반이자 과잉 행정이다.

 

​"봉사해야 할 대표들이 군림하려 드는가"… 주객전도된 관리 행태

 

​아파트 입주민 대표들은 원래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기 위해 선출된 명예직이자 대변인들이다. 그런데 회의에서 결정되었다는 명목을 내세워, 귀중한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를 무조건 가져오라 요구하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처사다. 입주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대표들이 오히려 규약을 방패 삼아 권력을 휘두르고 통제하려 드는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자 빗나간 권위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대표회의는 결국 입주민들이 십시일반 납부하는 소중한 관리비로 운영되는 대리인 격의 조직이다. 입주민의 주거 편의를 보호하고 프라이버시를 지켜주어야 할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오히려 불필요한 증빙 서류를 요구하며 입주민을 잠재적 불법 주차자로 취급하는 것은 주객이 완전히 전도된 모습이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이다. 아파트 자치 규약이나 대표회의의 결정이라는 울타리 뒤에 숨어 입주민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보관하는 관행은 이제 철저히 제동이 걸려야 마땅하다.

 

​이제는 관행을 바꿀 때이다

 

​주차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입주민에게 과도한 희생이나 프라이버시 침해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주민등록등본이나 가족관계증명서 제출을 당연시하는 권위주의적 행정을 타파하고, 최소한의 정보로 거주 사실을 확인하는 합리적이고 성숙한 주거 행정이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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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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