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근로시간이 OECD 34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긴 국가로 발표됐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는 우리보다 잘사는 아시아국가에 비해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짧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두 상반된 발표의 공통점은?
1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2012년 기준 2163시간으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반면 근로 시간이 가장 적은 국가는 네덜란드로 1년에 1380시간 근로한다.
한편, 노동시간이 긴 것으로 상위권을 차지한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OECD 34개 회원국 중 28위에 머물렀다. OECD 평균 노동생산성은 47달러임에 비해, 우리 노동생산성은 30.4달러 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나라보다 긴 노동 시간에 시달려 몸과 마음은 더 지치지만 그만큼의 성과는 없이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이야기다.
이에 그간 근로시간단축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고, 관련 법규도 마련중이다. 반면 또다른 보고서는 무조건적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재고할 것을 지적한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17일 발표한 ‘아시아 경쟁국의 근로시간·임금·생산성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와 홍콩은 우리보다 1인당 GDP가 훨씬 높지만 근로시간이 더 길고, 대만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며 일본은 더 짧았다.
아시아 경쟁국의 연간 실근로시간 국제데이타(Penn World Table)를 보면 ‘11년 기준 홍콩(2,344시간), 싱가포르(2,287시간), 한국(2,193시간), 대만(2,144시간), 일본(1,706시간) 순으로 근로시간이 길었다. 또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12년 기준 자료에서도 싱가포르(2,409시간), 한국(2,289시간), 일본(1,727시간) 순으로 일하는 시간이 많았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13년 기준 1인당 GDP가 각각 55,182달러와 37,955달러로 한국(25,975달러)을 훨씬 앞서고 있지만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대만은 구매력 기준 소득(한국 33,791달러 대 대만 41,539달러)이 우리보다 월등히 높지만 근로시간은 비슷했다.
반면 한국의 임금수준은 경쟁국보다 높았다. 복수의 국제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명목임금은 일본, 싱가포르보다 낮지만 홍콩, 대만보다 높아 경쟁국 중 중간수준이었다. 그러나 물가수준을 반영한 구매력 기준(PPP) 임금은 홍콩, 대만은 물론 일본, 싱가포르보다 높아 경쟁국 중 최고 수준이었다.
OECD자료와 대한상의의 보고서에서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는 점은, 한국은 노동시간에 비하든 임금 수준에 비하든 다른 나라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지금까지 서구 선진국과 비교해 근로시간을 당연히 단축해야 한다고 논의됐지만 우리나라와 경제발전 경험이나 문화가 비슷한 아시아 경쟁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가 반드시 장시간근로 국가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노동생산성은 가장 낮으면서 임금수준은 가장 높아 경쟁국에 비해 노동시장의 경쟁력이 뒤처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려면 우리나라가 경쟁국보다 노동생산성이 낮고 임금은 높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며 “노동생산성 향상 없이 무리하게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기업은 고임금 부담에 생산량 차질까지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