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남북통일 효과 극대화를 위한 경제통합과 개발지원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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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9일 개최된‘한반도 통일과 금융’컨퍼런스에 200여 명이 참석해 통일시대 북한의 금융정책방안에 대해 경청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이후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여러 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19일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한반도 통일과 금융’컨퍼런스가 개최되었는데,‘통일금융의 역할 및 정책과제’라는 주제로 금융위원회 신제윤 위원장이 발표한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이는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국내 학계, 정책금융기관, 금융권이 보다 생산적인 통일논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작성된 것이다.
한반도 통일에 이르기 위한 선결과제
2015년은 한반도 분단 70주년으로, 통일은 우리에게 민족적,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역사적인 사명이자 경제적 측면에서‘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룰 경제 재도약의 기회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저성장·저물가·저고용·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경제성장이 정체된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통일이 되면 인구 8천만의 대국으로 내수 중심의 경제를 완성할 수 있고, 북한의 풍부한 노동력과 지하자원이 우리나라의 자본·기술력과 맞물리게 된다면 산업경쟁력이 획기적으로 제고될 수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와 분단유지비용 절감 등 지정학적인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통일로 가는 길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먼저, 통일이 가져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통일비용이 작고, 통일 이후 경제적 효과가 커야 하는데, 북한의 국내총생산, 재정규모, 산업구조, 대외무역 등 전반적인 경제상황은 우리나라의 70년대 수준으로 열악한 실정이며, 동·서독 통일 당시와 비교했을 때에도 격차가 심한 것으로 나왔다.
먼저 서독의 명목 GDP는 동독의 9.7배인 반면,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북한의 42.5배로 나왔고, 1인당 GDP는 서독이 동독보다 2.6배, 우리나라는 북한보다 20.0배인 것으로 나타나 격차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의 가용재원 역시 정부지출이 GDP 45~50% 수준, 총세수는 GDP 35% 수준이었으나, 우리나라는 정부지출이 GDP 30% 수준, 총세수는 GDP 25%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독과 북한을 지원하는 규모를 비교해보면 더욱 심각하다. 서독은 1971년부터 1989년까지 연평균 약 2조원을 동독에 지원해 왔으나, 우리나라는 2012년 약 141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 경제통합시 방향제시
남북한 통일을 이야기할 때 독일을 가장 많이 거론하는데, 독일은 통일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갑작스런 동독의 붕괴로 인해 1~2년의 압축적인 이행과정을 거쳐 체제를 통합한 경우다. 이외에 체제전환국의 사례를 보면 중국은 덩샤오핑이 다양한 개혁정책을 추진하며, 점진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체제전환을 도모해 안정적 정치구조 하에서 경제발전을 점진적으로 달성했다.
반면 러시아는 개혁·개방에도 불구하고 경제 불안에 직면해 체제가 붕괴되었는데, 이는 정치와 경제 불안이 통일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와 같이 남북한의 체제전환방식과 속도는 정치적, 역사적, 경제적 배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어 왔는데, 이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발전, 이행, 통합이라는 3가지 과제를 풀어야 한다. 먼저, 발전단계에서는 극심한 남북한 소득격차와 사회인프라, 자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의 산업 육성, 철도 및 항만 인프라 재건, 대외개발과 무역활성화, 지역개발과 자원발굴 등 지속성장의 선순환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행단계에서는 중앙통제경제가 남아있고, 지하경제가 확산되는 등 가격중심의 시장원리가 약하기 때문에 가격자유화, 재산사유화, 시장제도 정착 등 시장경제체제의 핵심 시스템을 수용하는 과정을 거쳐 마지막 통합단계에서는 고인플레이션과 고실업에 직면할 수 있고, 외채급등 및 외자유입의 애로가 발생하는 등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수 있다.
이때 중앙은행제도를 개혁하고 환율과 화폐제도를 정비하며, 화폐를 통합해 거시안정정책을 수행하는 등 법제와 인프라, 시장을 통합해 상이한 두 개의 시스템을 단일하게 통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만 한반도 통일시 경제통합의 속도와 방식을 미리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각 과제별로 직면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한 면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 개발 및 지원방안
낙후된 북한경제 수준을 고려해 막대한 재원 마련이 예상되는 바, 이를 재정이나 해외 ODA(공적개발원조)를 통해서 조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명목GDP는 남한의 2% 수준으로, 인프라와 산업부문이 심각하게 낙후돼 있어 북한 개발지원에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예상된다.
그리고 서독도 통일 6년만에 GDP 대비 국가부채가 22%p 증가할 만큼 개발재원의 지나친 정부재정 의존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해외 ODA를 통한 재원마련도 보완적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인데, ODA수혜국인 베트남도 1986년 이후 20년간 연평균 9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현재 북한 1인당 GDP 1,251달러를 20년 후 1만 달러 수준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 약 5천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 북한 내 철도, 도로, 전력, 통신, 공항, 항만 등 인프라 육성에 약 1,4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북한 내 주요 산업부문 발전재원으로 약 35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해외 ODA와 정책금융기관, 민간투자자금, 북한 자체창출 재원을 통해 20년간 5천억 달러의 재원을 조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자간 지원을 통해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등 해외 ODA를 통해 14억 달러를 확보하고, WB, ADB, UN 등 국제기구를 통해 156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금융기관에서는 개발재원의 50~60% 수준인 2,500억~3,000억 달러를 확보해 재정부담을 완화하고, 개발효과를 극대화해 민간금융기관의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경우 KfW(독일재건은행)는 통일 초 1990~1998년 동안 개발재원의 56.8%를 공급했다.
그런 연후에 수익성이 확보된 프로젝트와 경제특구 등을 통해 1,072억~1,865억 달러의 민간투자자금을 유치해야 하는데, 이는 베트남(4.6%)~불가리아(8.0%)수준으로 설정한 것이다. 그리고 통일 후 북한 경제개발 및 GDP 증가에 따라 20년간 약 3,300억 달러의 북한 세수를 활용할 수 있는데, 그 중 약 1,000억 달러를 개발재원으로 활용해 나가야 한다. 이 재원은 최초 10년간 연평균 8%, 이후 10년간 연평균 10% 성장, 우리나라 세율 26%를 적용한다는 가정하에 산정된 금액이다.
북한의 개발재원 활용에 있어 단기간에 북한경제의 생산성 도약을 견인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해 북한 발전정도에 따라 개발재원의 조달방식을 차별하고, 다양한 민간금융기법을 활용해야 한다. 초기단계에서 정부 주도하에 발전가능성이 큰 지역을 선별해 공공성이 큰 인프라와 산업부문에 우선 투자하고,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부문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
그런 다음 민관이 공동으로 개발해 가다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민간이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개발재원 투입 우선순위를 선정하기 위해 북한 주요 경제특구 및 경제개발구를 평가하고, 산업입지, 경협여건, 투자유치 가능성을 토대로 우선순위를 결정해 선별적으로 투자해가야 할 것이다.
현재 북한의 중앙집중체제를 가격중심의 시장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적인 정착이 필요하다. 초기에는 직접금융보다는 간접금융 육성에 정책역량을 집중하면서 금융인프라를 구축해 가야 한다. 먼저, 북한 전체지역에 영업망을 갖춘 상업은행을 설립해, 한국 및 외국계 상업은행이 지점형태로 북한에 진출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산업발전 및 인프라 투자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정책금융기관 설립이 시급하고, 제2금융권은 은행시스템 안착 추이를 봐가며 육성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신뢰기반 구축 및 예금거래 활성화를 위해 예금보험제도, 지급결제제도, 금융감독제도를 시행하고, 점진적으로 자본시장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경제통합시 불가피하게 발생 가능한 고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문제 대응을 위해 화폐제도, 환율제도, 중앙은행제도, 금융정책방향 등 금융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화폐통합문제는 경제적인 측면을 포함해 종합적인 시각에서 결정해야 하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영체계 및 정책수단을 정립해 한다.
독일의 경우, 화폐통합은 통일 논의 초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으며, 화폐 교환비율은 경제적 논거 외에 정치적 동기에 의해 상당부분 결정됐다. 임금과 연금 등은 1:1 교환으로 동독 마르크화 가치를 높이고, 예금, 대출 등은 2:1 교환으로 동독 마르크화 가치를 낮게 적용했는데, 동독 노동자들의 임금상승으로 초기 생활안정 및 구매력 확충에는 크게 기여를 했지만, 급작스런 임금상승으로 동독기업의 채산성 악화 및 도산에 따른 실업률 상승 등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체제전환기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고인플레이션과 대외 지급여력 악화, 재정적자 급증을 경험했는데, 남북 경제 통합과정에서 발생가능한 거시금융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탄력적인 금융정책 운영기조를 수립해야 한다.
나가며
“통일은 한국경제에 유사 이래 최대의 기회”라고 말한 금융위원회 신제윤 위원장의 말처럼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할 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남과 북이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며 협력관계를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서 이어져 가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북한도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려고 시도했고, 개성공단과 나진특구 등을 통해 시장경제체제가 유입되고 있고, 향후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경제특구를 늘려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북한과 잘 협력해서 통일한국의 기초를 닦아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