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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북한의 소니 픽쳐스 해킹 사건 이후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을 의식한 듯 강경발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1월에는“북한 정권은 결국 무너질 것”이라며, 군사적 해결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문제해결을 강조했다. IS와 시리아 내전 등 국제분쟁지역에서 실패를 거듭한 미국이 다시 북한을 지목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루어지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겠지만, 경제, 군사, 외교 등 미국과 배척점에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그 사이 북한은 우리 정부에 대화를 제의하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도 인내심을 갖고 북한과 대화하며 차근차근 통일을 준비해 가자고 당부했다. 분단 70주년이 되는 올해 남북통일과 관련된 정세와 전망을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조건 없는 6자 회담을 원하는 중국과 북한
지난해 11월 북한의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러시아를 방문해 아무런 조건 없이 6자 회담에 복귀하겠다고 밝히며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을 주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올해 한·미·일 수석대표회의에 이어 러시아와 일본도 6자 회담 재개방안을 논의했으나, 정작 중국과 미국은 서로의 입장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미국은 북핵과 관련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북한에게 시간만 벌어준 결과를 초래했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이 성의 있는 자세로 6자 회담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두려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남북 최고위급회담 제안은 북핵문제를 풀고 가야 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상황이 연출됐다. 북핵문제 없이 남북관계 진척은 미국이 원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연초에 미국이 대북제제를 취한 것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문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 역시 복잡한 속내다. 중국은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했을 때까지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북한의 경제가 나빠지고 남북한간 군비 경쟁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의 군사력이 너무 열악하다 보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주변국과의 분쟁 등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중국으로서 북한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인 요충지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비대칭전력으로 핵을 보유하게 된다면 군사적 경쟁력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부터 중국의 가이드라인을 넘어서게 되자 중국의 입장도 변하게 된다. 핵무기의 소형화와 장거리 투사능력으로 동북아의 군사력 역학구도가 급변하기 때문에 미국이 군사력을 전진배치 시키게 되면서 중국 군부의 침해가 오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천안함 사태 때에도 미국이 항공모함을 서해에 전진배치하려고 했으나 중국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인해 미국의 군사적 개입과 동시에 중국의 영토 역시 미국의 사정거리 안에 포함되면서 안보적 위협을 느끼게 된다. 그 이후 북핵 반대 입장표명과 함께 오바마·시진핑 두 정상간 ‘한반도 비핵화’ 합의가 이루어지고, UN의 대북제재까지 참여하게 된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가 북한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미국과 중국간의 제한적인 협력관계가 형성되게 된다. 미국 역시 이란 핵무기 문제가 해결되고 북한 문제만 안정화시킨다면 미국과 중국간의 이해관계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궁극적인 북핵 폐기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
오바마, 시진핑 두 정상간의 합의 내용이 북한의 핵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의 핵실험을 불허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이와 같은 합의 내용은 나쁠 것이 없다. 과거의 핵까지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시진핑의‘북핵 불용’원칙으로 인해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주어진 셈이고, 중국으로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변화로 인해 6자 회담이 개최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커졌지만,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핵문제에 대한 어느 정도 성과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경제난과 대북 제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북·중간 관계복원에 대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수 없는 전략적 파트너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북한의 급변사태가 일어나거나 막대한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사태를 원하지는 않는다. 북핵문제를 주도하면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대비하는 전략적인 파트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셈이다. 북한의 입장 또한 마찬가지다. 일본인 납치문제로 인해 북·일간 관계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고, 러시아는 심각한 재정위기 상태에 몰려 있다.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6자 회담을 포함해 우리 정부에 대화를 제의하는 것은 경제적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남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미국이 원하는 핵 동결, 비확산, IAEA 사찰단 허용, 영변 원자로 폐기를 받아들이게 되면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성실히 비핵화를 이행하는 것으로 국제사회를 설득시킬 수 있게 된다. 물론, 북한이 네 가지 조건을 수용하느냐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북한 내 모든 핵이 제거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미국 또한 알고 있는 사실이다. 즉, 핵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비핵화를 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원조를 받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북한이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는 것은 미국이 선조치 후 6자 회담을 개최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북한이 주도권을 가지고 최대한 얻어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데 그 의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