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환 여행기6

2014.08.01 00:00:00

정열과 태양의 나라, 스페인

[인터넷 대한뉴스] 글·사진 김채환 여행전문가

 

 

 

 

세계3대 미술관의 하나를 품고 있는 마드리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스페인 마드리드에 밤늦게 도착했다. 공항 밖으로 나와 두리번거리니 중년의 신사가 호텔을 소개해 주겠다며 달라붙는다. 의심스러워서 다른 곳도 둘러보았으나, 빈방이 없거나 비싸기도 하고 구관이 명관이다. 철저한 계획 하에 움직이는 여행사 패키지 상품이나 단체여행에서는 상관없지만, 자유로움이 장점인 배낭여행이라 하더라도 밤늦게 도착하는 도시의 첫날의 숙소는 미리 정하는 것이 좋다. 대중교통도 끊기고, 무거운 짐을 가지고 숙소를 골라 찾아다니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마드리드의 첫날은 오는 동안 고생해서 여행사를 통해 하루 동안 단체관광을 했다. 여행사의 시내 투어는 어느 나라, 어느 도시나 비슷하다. 궁궐, 박물관, 사원, 시장 등 공통적이다. 스페인 왕궁(Palacio Real)은 필립 5세에 의해 중세의 알카사르 자리에 세워진 것이다. 알카사르, 카스바 등은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의미하는 건축물들이다. 더운 여름 낮의 열기에 호화로운 궁전에 들어갈 생각보다는 그늘을 먼저 찾게 된다. 사자가 앉아있는 분수대에서는 시원한 물줄기가 강열한 태양의 한낮 열기를 식혀준다. 마요르 광장은 1619년 펠리페 3세 시대에 조성한 커다란 광장이다. 광장 중앙에는 말을 탄 펠리페 3세의 기마상이 있다. 예전

에는 집회활동의 중심이 되었던 곳으로 종교재판과 화형, 투우, 왕궁의식이나 축제 등 마드리드시의 중요한 행사가 열렸던 곳이다. 세 번의 화재를 겪은 후 1853년에 4층 건물로 재탄생되어 오늘날에도 축제나 공공행사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건물 벽은 화려한 그림과 조각들이 과거 마드리드의 영화를 말해주는 듯하다. 주변에는 레스토랑과 카페 테라스가 있어서 많은 시민들이 차를 마시며 한여름의 열기를 식히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마드리드 관광에서 그림에 관심이 있다면 비중 있게 시간 투자를 해야 할 곳이 있는데, 세계 3대 미술관 중의 하나로 유명한 프라도 미술관이다. 중고교 시절, 미술교과서에서 보았던 걸작들을 볼 수 있다. 스페인이 자랑하는 고야를 비롯하여 라파엘로, 루벤스, 렘브란트 등의 작품에 눈이 한없이 즐겁다. 별관의 피카소 대작 게르니카 앞에서는 감격에 겨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오래 서있게 된다. 프라도 미술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스페인의 절반을 보았다고 평한 사람도 있다.

세고비아의 로마시대 고가식 수도교. 2,000여 년 전의 원형이 잘 보존될 당시의 뛰어난 토목기술을 잘 보여주고 있다.

 

디즈니의 만화영화 백설공주의 무대가 된 세고비아

 

세고비아는 마드리드에서 90Km쯤 떨어져 있다. 과거 카스테리아 왕국의 수도로, 번영 스페인 황금시대의 주역이 된 도시이다. 11세기 축성한 그림 같은 성채 알카사르는 세고비아 서쪽 에레스마 강과 클라모레스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다. 월트 디즈니가 알카사르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을 만화영화 백설공주의 무대로 한 것으로 유명하다. 성벽 일주도로인 쿠에스타 데 로스 오요스에서 바라보면 아름다운 모습이 제대로 들어온다. 성 안에는 중세시대의 무기, 가구, 회화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시간이 많지 않아 건성으로 둘러볼 수밖에 없어서 아쉽다.

 

세고비아 관광의 포인트는 로마시대에 세워진 고가식 수도교(Acueducto de Romano)이다. 17km 떨어진 곳에서 물을 시내로 끌어오기 위해 석축을 쌓아 만들었다는 것이 놀랍다. 수도교는 길이 728m에 167개의 아치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높은 곳은 거의 10층 높이에 맞먹는 28.29m이다. 이천년이 지난 아직까지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로마의 수준 높은 토목기술을 짐작케 한다. 감격에 젖어 교각의 위아래를 감탄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 이 동네 주민인 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감각한 표정으로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간다. 하기야, 태어날 때부터 있었고 매일 몇 번씩 본다면 무슨 색다른 느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 미술관 같은 톨레도

 

유럽에서 오래된 역사도시 가운데 하나로 언덕 위에 있는 톨레도는 1561년 마드리드로 수도가 옮겨질 때까지 스페인의 중심지였다. 스페인에서 단위면적당 유적이 가장 많은 도시로 전체가 박물관이자 거대한 미술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시가지는 그다지 넓지 않아 대부분 걸어서 10여 분 거리에 있다. 1500년 역사를 가진 중세풍의 분위기에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긴다. 알카사르 성채와 아름다운 대사원, 절벽사이로 흐르는 타호강, 특산품인 정교한 금은 세공품 등이 유명하다.

 

40여 년 동안의 여생을 보낸 종교화의 대가 엘 그레코의 집. 스페인 가톨릭의 총본산으로 프랑스 고딕 양식을 바탕으로 한 화려하면서도 장엄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대사원. 천천히 걸어서 산책하는 기분으로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둘러보는 맛이 일품이다.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면 한낮의 땡볕도 가려지고 골목바람에 시원하고, 금은 세공을 하는 공방 구경과 기념품을 마련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중세의 풍요로움이 배어 있는 세비야

 

세비야는 마드리드 아토차 역에서 시속 300km로 달리는 초고속열차(AVE)를 타고 갔다. 좌석도 넓고, 터널이 많은 우리나라 KTX에 비해 평원을 달리므로 훨씬 쾌적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시간과 비슷하게 걸리지만 식당칸이 있어서 더 좋았다. 생맥주를 마시며 창밖 구경을 하다 보니 지루할 틈도 없이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세비야는 과거 톨레도를 수도로 삼기 전 나라의 중심역할을 했던 곳으로, 약 800년 동안 이슬람교도들에 의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수도원, 미술관, 정원 등 이슬람 문화의 잔재가 도시의 여러 곳에 깃들어 있다. 대성당의 부속건물로 세비야의 심벌인 히랄다탑, 90m 높이로 도시여행의 이정표이다. 원래 이슬람 사원의 미나렛이었으나, 후에 기독교도들이 정복하고 위에 종탑을 첨가했다. 세비야 대성당은 바티칸의 산 피에트로 성당과 영국에 있는 세인트 폴과 함께 유럽 3대 성당에 속한다. 웅장하고 넓은 성당 내부에는 콜롬부스의 묘, 황금색의 중앙 예배당(Capilla mayor), 왕실 예배당(Capilla Real)이 있고, 무리요의 그림 등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있다.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시가지의 모습은 힘들여 오른 보람을 충분히 보상해줄 만큼 아름답다.

 

대사원 옆에는 712년 이후 약 500년 동안 이곳을 통치한 이슬람교도들의 지배시절에 지어진 건물인 이슬람 성채 알카사르가 있다. 회교양식 특유의 섬세한 아라베스크 무늬와 중세에 유행하던 고딕양식을 혼합한 것으로 14세기에 지은 것이다. 분수대에서 뿜어 나오는 시원한 물줄기와 푸른 나무들이 잘 가꾸어진 정원. 황금빛으로 도배를 하고 화려함과 웅장함에 압도되어 주눅 들게 하였던 성당보다는 정갈하고 소박한 알카사르가 아늑하고 푸근한 느낌이 더 가슴 속으로 스며들어 온다.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4년 8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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