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원장 민무숙)은 서울YWCA와 함께 TV 드라마 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국내 TV 드라마를 모니터링한 결과, 드라마 속에서 그릇된 성역할 고정 관념이 여과없이 방영되고 여성의 주체성 무시·남성 의존성향을 강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모니터링은 9 월 1일(금)부터 7일(목)까지 일주일 간 방송된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1사, 케이블 2 사의 드라마 프로그램 가운데 방송사별 시청률 상위프로그램 22편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등장인물과 주연 역할의 성비 를 분석한 결과 여성에 비해 남성 등장인물이 많은 것 으로 나타났고, 주연 역할에 대한 성비는 여성과 남성이 비슷한 비율 을 보였다. 전체 등장인물 가운데 여성은 42.4%(200명), 남성은 57.6%(272명)로 나타났으며, 주연 역할의 성비는 여성 49.1%(28명), 남성 50.9%(29명)로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등장인물의 직업군을 분석한 결과, 회사의 중간관리자 및 임원은 남성이 16명인데 비해 여성은 6명에 불과했으며, 그 밖에 변호사, 의사 등 전문 직업군 또한 여성이 남성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마 속 갈등을 유발하는 역할로 여성(15명, 42.8%)보다 남성(20명, 57.2%)의 비율이 조금 높았는데, 이는 지난 5월 모니터링 결과(여성 20명, 54.1%/남성 17명, 45.9%)와 다소 차이를 보였다. 갈등해결자 부분에서 지난 5월 남성(14명, 60.9%)이 여성(9명, 39.1%)보다 1.5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번 모니터링에서는 남성(15명, 51.7%)과 여성(14명, 48.3%)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드라마 속 성차별적 내용은 총 31건 으로, 성평등적 내용(9건) 의 3배 이상이었다.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거나 여성의 주체성을 무시하고 남성에 대한 의존성향을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으로 나타났다. 지상파의 A 드라마에서는 며느리가 혼자서 제사음식을 준비하고 제기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제사 준비는 모두 여성의 몫’ 이라는 고정관념이 드러났다.
지상파의 B 드라마는 가족모임 중 술을 많이 먹고 취해 들어온 여성에게 남편이 “어디서 여자가 술 먹고 들어와서 고성방가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만취해 소리를 지른다는 점을 지적하는데 있어 굳이 ‘여자가 ’라는 단어를 사용한 점은 여성에 대한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한 것으로 보여졌다. 지상파의 C 드라마에 등장한 여성 경찰관은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힘없이 밀려나고 다치는 모습을 보인 반면, 함께한 남성 경찰관은 혼자 범인을 제압하고 체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신체적으로 강인할 수 있는 ‘여성’ 경찰을 나약하게 묘사하며 남성 의존성향을 강조했다.
지상파 D 드라마에서는 남편이 아내의 친정에서 “내가 보호자입니다. 함부로 하면 안참습니다.”, “처갓집이랑 인연 끊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여성의 의사는 묻지 않고 혼자서 남성이 결단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성의 주체성이 무시되고 남성 의존성향을 부각시키는 사례로 보여졌다. 종편의 E드라마에서는 집주인의 손자인 남성이 층을 잘못 알고 여성들이 거주하는 층에서 샤워를 하다가 집에 들어온 여성과 알몸으로 마주하는 장면이 방송되었다. 모자이크 처리가 있었지만 남성의 노출장면이 화면에 오랫동안 비춰졌다. 이는 남성의 노출이 선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가볍게 여겨지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한편, 성평등 사례로는 주인공 여성이 의사로 등장하는 드라마에서 폭력배들의 협박에도 경찰에게 환자의 상황을 당당하게 설명하여 피의자로 오해받던 환자의 누명을 벗겨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장면뿐만 아니라 드라마 전반에서 의사로서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등 여성의 주체성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또 다른 드라마에서는 전 남편 사이에 있었던 딸을 포기하면 결혼을 허락하겠다는 남성의 가족에게 여성이 “내 딸이니까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내가 키울거예요” 라고 말하는 장면은 시댁의 요구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여성의 주체성을 나타냈다.
양평원은 9월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 사례에 대해서 방송통신 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 요청을 진행할 예정이며, 10 월에는 추석특집 TV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양평원은 서울YWCA와 함께 ‘2017년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TV, 인터넷 속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 및 기사를 모니터링하고, 교육·캠페인 을 비롯한 다각적인 양성평등 미디어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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