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고 고통 받는 외국인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네팔노동자교회 이종만 목사

2015.03.04 11:37:37

   
▲ 8평밖에 되지 않는 네팔노동자교회에서 이종만 목사는 20명 내외의 네팔노동자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대림역 12번 출구 쪽에 가면 유독 중국어로 된 간판이 많다. 가리봉동 쪽에서 유입된 외국인들이 많아지면서 이곳의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지난 취재 도중 취재원으로부터 우리나라 고용주에게 맞기도 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를 위해 봉사활동을 하면서 갖은 고생을 다 하고 있다는 목사님을 추천받아 취재하러 간 길이었다. 그런 기자 앞에 마음씨 좋은 이웃 아저씨와 같은 한 분이 나타났다. 이종만 목사였다. 골목 안쪽으로 150미터를 걸어 들어가면 주택가의 작은 대문 옆에‘네팔노동자교회’라는 푯말이 있었다. 좁은 길목을 지나 반지하로 내려가니, 이 목사와 네팔노동자들의 쉼터가 있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전혀 다른 삶으로
  이종만 목사는 원래 중·고등학교 때부터 목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고등학교 졸업 무렵에 홀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부터 신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자 일반 공과대에 진학하게 된다. 이후 대학원을 졸업하고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대학 강의 역시 이십년 넘게 할 정도로 안정된 생활과 순탄한 엘리트의 길을 걸어온 셈이다. 그러나 항상 마음속에는 신학에 대한 갈구와 소명의식이 컸던 이 목사는 계속 미련이 남아있었고, 16년 전 그런 남편의 마음을 알고 있던 아내인 황순애 사모가 권유하면서 처음부터 꿈꾸었던 목사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신학공부를 하면서 우리나라 교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이민교회를 세워 선교활동을 꿈꾸게 되었고, 2003년 목사 안수를 받게 된다. 신학을 다시 시작하게 된 것도, 목사가 된 것도, 이민교회를 꿈꾸었던 것도 모두 하나님의 뜻이었을까? 어느 날 네팔 전도사의 부인으로부터 교회를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어 5년 가까이 인천 주안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신학의 뜻을 둔 다른 네팔인 노동자 친구가 그 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고, 멀리 떨어진 남양주 미금중앙교회에서 2008년부터 3년간 쉼터 사역활동을 진행하게 된다.

체불과 폭력에 상처받는 네팔노동자
  오랜 네팔과의 인연으로 네팔노동자를 많이 겪어본 이 목사는 네팔의 자연환경 때문인지 네팔 사람들이 사랑스럽고, 순하며, 서로에 대한 배려심이 많다고 한다. 8평밖에 되지 않는 네팔노동자교회에서도 싸움 한 번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착하고, 지방에 내려가 일하던 네팔노동자들이 주말에 올라오게 되면 15~20명까지 늘어나 칼잠을 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얼굴 붉힐 일 하나 없다는 것이다. 교회 안 식사준비 역시 자체적으로 순번을 정해 스스로 알아서 운영하고, 교회의 재정상태가 어려워지는 것을 알고 본인들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천원이나 2천원 형편 되는 대로 묵묵히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순박한 네팔노동자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멍들고 있다. 빨리 일을 하지 않는다고 욕하고 때리기까지 하고, 월급 한 푼 주지 않기도 하며, 일부러 전직·이직 신고를 해주지 않아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있다고 말한다. 교회에서 만난 앳된 얼굴의 노동자도 고향에 있는 아내와 아이에게 돈을 보내야 하는데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도 이러한 행정절차 때문에 5개월째 돈을 벌지 못하고 있었다. 이 목사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억울한 사정이 생겨날 때마다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현행 행정절차상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답답할 때가 많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문제가 아니다. 몸이 아파도 외국인노동자들은 의료혜택을 보기 어렵다. 직장에 다닐 때에는 근무시간 중 병원에 가려고 하면 고용주의 눈치를 보느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비가 아까워 병원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 한다. 고향에 보낼 돈도 없는 상황에서 언제 다시 취직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실제로 네팔노동자들은 아파도 참으며 그 돈을 쪼개고 쪼개 용돈으로 아껴 쓴다고 한다.

사랑으로 상처를 보듬어 안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목사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네팔노동자들을 강제로 치료받게 하고, 의료봉사팀이 방문했을 때 진료를 받게 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근처 우리치과의원과 배선우내과 원장님, 일산 김은실 한재희 소아과 원장님과 같은 고마운 분들이 도와주시는 덕분에 네팔노동자들을 치료하고 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그리고 이 목사는 한국에서 상처 받은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기도와 선교활동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일부 악덕 고용주들은 돈을 벌 목적으로 사람을 고용하기 때문에 인격적인 대우를 바랄 수 없고, 이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달래는 것은 위안이 되지 않아 그 자리에 하나님의 말씀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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