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왕이 자신의 약속을 어긴 다른 나라의 왕을 죽이기 위해 자객을 보내려고 했으나 신하들 사이에 찬성과 반대가 엇갈려 의견이 분분했다. 그때 한 신하가 왕에게 나와 말하길,
"왕께서는 달팽이라는 미물이 있사온데 그것을 아시옵니까?"
왕이 안다고 답하자 신하가 말했다.
"그 달팽이의 왼쪽 촉각 위에는 촉씨라는자가, 오른쪽 촉각 위에는 만씨라는 자가 각각 나라를 세우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들은 서로 영토를 다투어 전쟁을 시작했는데 죽은 자가 수 만명에 이르고 도망가는 적을 추격한지 15일만에 전쟁을 멈추었다 합니다."
왕이 무슨 황당무계한 소리냐고 꾸짓자 신하는 이렇게 답했다.
"하오면 마음을 그 무궁한 세계에 노닐게 하는 자에게는 사람이 왕래하는 지상의 나라 따위는 있는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은 하찮은 것이라고 할수 있사옵니다."
"으음, 과연."
"그 나라들 가운데 위라는 나라가 있고, 위나라 안에 대량이라는 도읍이 있사오며그 도웁의 궁궐 안에 왕께서 계시옵니다. 이렇듯 우주의 무궁에 비한다면 지금의 제나라와 전쟁을 시작하시려는 전하와 달팽이 축각위의 촉씨와 만씨가 싸우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사옵니까?"
신하는 끝이 없는 우주에서 아주 조그만 나라 하나를 차지했을 뿐인 왕이 비슷한 처지의 다른 나라 왕과 싸우는 것은 마치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우는 바와 같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이 이야기는 장자의 < 칙양>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위나라의 혜왕이 자신을 배신한 제나라 위왕을 죽이려고 하자 대진인이라는 신하 달팽이에 관한 우화로 혜왕을 깨우치려 했던 것인데, 이야기를 들은 왕은 그 자리에서 "대진인은 성인도 미치지 못할 대단한 인물이다" 라며 크게 칭찬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지극히 사소하고 하찮은 일로 다투는 것을 의미하는 '와각지쟁(蝸角之爭)'이라는 말이 나왔다
먹고 사는 일의 대부분이 실상은 와각지쟁(蝸角之爭) 처럼 하찮은 것임을 깨닫기 위해서는 좀 길고 넓게 보는 눈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에서 가끔은 멀리 떨어져 현실 밖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가 필요하지만 현실이 그렇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