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이 일부 재무적투자자(FI)와 오너 일가의 '버티기'로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총 17개 대우건설[047040] 재무적 투자자(FI)들 중에서 사모펀드 운용사인 A사 등 2곳이 추가 손실 회복 방안을 등을 요구하며 금호그룹의 정상화 방안에 합의하지 않고 있다.
또 금호그룹 오너 일가도 보유 주식과 부동산 등의 사재 출연 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버텨 금호타이어[073240]의 신규 자금 수혈 시기가 자칫 늦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기업에 신규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설 연휴를 앞두고 협력업체들이 자금난에 빠져 도산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채권단은 이번 주말까지 재무적 투자자들과 최종 협상을 마무리 짓는 한편 금호그룹 오너 일가로부터 사재출연 동의서를 받아내 구조조정과 자금지원, 대우건설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 "버텨보면 더 나오겠지"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들은 산업은행이 제안한 방안을 거부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내놓은 정상화 방안은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을 주당 1만8천원에 매입하고 나머지 잔여 채권 중 원금은 무담보 채권과 동일한 조건으로, 이자 부분은 원금의 2분의 1 수준으로 각각 출자전환하는 것이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그러나 산업은행에 투자 원금과 이자를 일반 금융기관 채권과 동등하게 대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또 채권단에 금호산업이 보유 중인 대우건설 지분을 이 회사가 갖고 있는 대한통운 지분(24%)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출자전환 후 자신들이 최대주주가 될 금호산업에 대한통운 지분을 넘겨줘 기업 가치를 높여달라는 얘기이다.
채권단은 그러나 이러한 요구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계열사들이 보유한 주식을 서로 맞바꾸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며 "특히 대우건설의 경우 지분 가치가 높은 대한통운 주식을 내놓고 자사 주식을 매입하면 주식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재무적 투자자들이 한 푼이라도 더 건지기 위해 실현 불가능한 방안들만 내놓으며 시간만 끌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모든 재무적 투자자들의 합의가 이뤄져야만 정상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17곳 중 1곳이라도 합의하지 않으면 다른 투자자들도 합의를 철회해 정상화 방안을 이행할 수 없다"며 "이번 주말까지 최대한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 오너 일가 사재출연도 '미적미적'
금호그룹 오너 일가도 1개월 넘게 부실 경영책임 이행을 위한 사재 출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채권단은 그러나 설 연휴를 앞두고 담보가 부족한 금호타이어에 신규 긴급 자금 지원에 앞서 반드시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동의서를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협력업체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조기에 신규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며 "다만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 전부를 담보로 내놓는 등 부실 경영책임을 우선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호그룹은 작년 말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할 당시 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 중인 금호석유화학 주식 등의 계열사 지분을 내놓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오너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가치는 2천5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특히 시장 안팎에서는 금호 오너 일가에 대한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실제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찬구 전 화학부문 회장과 그의 장남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은 지난달 27일 보통주 15만6천900주(0.55%)를 장내매도했다고 공시했다.
박 전 회장 부자는 지난 15일에도 각각 금호석화 주식 9만70주(0.36%)와 3만9830주(0.16%)를 장내매도한 바 있다. 이외에도 최근 들어 일가의 주식 처분 사례가 잇따르자, 채권단은 워크아웃 계획이 마련될 때까지 주식 처분에 나서지 말라고 경고했다.
◇ 채권단, 정상화 방안 중 이자부분 수정 검토
일단 산업은행은 최근에 내놓은 금호그룹 정상화 방안을 고수하되, 일부에 대해서는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자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조정이 가능한지 검토해 재무적 투자자들과 논의해보겠다는 것.
채권단 관계자는 "이자부분에 대한 처리방안에 대해서는 조정할 곳이 있는지 검토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또 금호석유화학으로 넘어간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다시 금호산업으로 되돌리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단 원상 복귀한다는 원칙만 정해놓으면 세부적인 방안은 추후 논의해 결정하면 된다"며 "금호산업이 이미 넘긴 지분 12.7%를 되찾거나 경영권 프리미엄에 해당하는 현금을 금호석유화학으로부터 받아내는 등의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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