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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르포> 설 앞둔 백화점.재래시장 명암 뚜렷

백화점은 손님으로 북적..재래시장은 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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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은 손님으로 북적..재래시장은 썰렁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 올해 들어 경기가 회복 국면을 맞으면서 설을 앞둔 소매업계가 모처럼 기대감에 가득 차 있지만 유통 현장에서는 명암이 뚜렷했다.

재래시장은 설 대목을 포기한 듯 분위기가 싸늘한 반면 고급 선물세트가 진열된 백화점은 선물을 고르는 고객들로 붐볐다.

대형 유통업체는 기대 이상의 특수를 누리고, 서민들이 주 고객인 재래시장 상인들은 불황 후유증을 벗어나지 못하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명절 소매시장에 여실히 반영돼 있었다.

◇설 분위기 실종된 재래시장 = "명절 특수요? 에이, 그나마 꾸준히 찾아와 주는 일본인들이 고맙지."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6일 오후 6시 남대문 시장.

Y가방가게를 운영하는 송모(56) 씨는 설 장사가 어떠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이같이 말했다.

밖에서는 소비 심리가 회복됐다고 하지만 시장 상인 매상은 작년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게 송씨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10분이 넘도록 송씨의 점포에 머물러 봤지만 문을 열고 가게에 들어오는 고객은 없었다.

일본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3명이 문밖에서 가격표를 살피자 송씨는 "가방 아리마쓰요(가방 있어요)"라며 손짓을 했지만 이내 손님들은 발걸음을 옮겼다.

인근에서 양말과 모자를 파는 장창근(48) 씨의 노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장씨는 제품마다 손수 일본어로 적은 설명 문구를 붙여 놓고 손뼉을 치며 손님을 불러 보지만 물건을 사 가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이제 이곳은 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이 절반은 먹여 살려 준다고 봐도 된다"며 "주변에 둘러봐도 명절 선물을 사러 오는 사람은 없지 않으냐"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설을 준비하는 손님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던 한복 가게도 형편이 썩 나아 보이지 않았다.

중년 여성 두 명이 어린이용 설빔을 뒤적뒤적 살펴보더니 가격을 묻고는 "다른 곳 좀 보고 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이 가게에서 7년간 한복을 팔아 왔다는 손모(51.여) 씨는 "이제 설이 예전 같지 않다"며 "작년보다야 몇 벌 더 팔았겠지만 이런 수준으로는 임대료나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는 "날씨가 계속 추우니까 올 손님도 안 오는 것 같다"면서 "설빔도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다고 하니 전통시장 자리는 점점 더 줄어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가행사'나 `파격 세일'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간판이 이곳저곳에 걸려 있는 남대문 시장.

주말을 맞아 골목에는 손님들이 종종 오갔지만 인근 명동 거리에 인파가 넘쳐나는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시장을 돌아다니는 손님들도 홍삼이나 기념품 상점 등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였다.

"자아~ 야쓰이데스(쌉니다),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

입춘이 지났지만 수그러들지 않는 추위처럼 명절에도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골목에서, 상인과 점원들은 목청껏 일본인 손님들을 불렀다.



▲남대문시장의 썰렁한 모습



◇백화점은 북적북적 = 남대문 시장과 닿아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으로 가 보니 분위기는 말 그대로 대조적이었다.

30분 연장 영업을 하는 이 백화점에는 저녁 시간인데도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화장품과 잡화, 일부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1층은 평소 주말처럼 고객들로 북적거렸다.

설 선물세트 특별 판매공간이 마련된 지하 1층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을 정도였다.

선물세트 주문을 받는 창구에서는 손님들이 순번표를 뽑아들고 줄을 서 기다렸다가 구매 및 배송 신청을 하는 모습까지 연출되고 있었다.

창구 접수를 기다리는 여모(44)씨는 "올해에는 지갑 사정도 나아졌고 해서 친지에게 한우를 선물하려고 왔다"며 "가격이 높지만 일단 백화점 제품이니까 선물로서는 손색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식품 매장에서도 설 선물용 제품들이 곳곳에 진열돼 있었고 끊임없이 찾아오는 고객들을 응대하려는 점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굴비 매장의 한 점원은 "올해 경기가 풀리면서 설 선물 예약판매 실적이 좋아서 굴비세트 공급 물량을 60%나 늘렸다"며 "지금은 이것도 모자라서 30% 더 주문을 넣은 상태"라고 소개했다.

이 점원은 "작년에는 실속형 세트를 주문하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은데 올해에는 100만원짜리 알배기 특호처럼 프리미엄 세트를 찾는 고객들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백화점이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5일까지 8일간 설 선물세트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작년 설을 앞둔 동일 기간에 비해 매출이 68.2%나 뛰었다.

갈비 92.7%, 굴비 세트 86.3%, 청과 세트 54.8%, 건강식품 77.1% 등의 품목별로 봐도 눈에 확 띄는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120만원짜리 굴비 세트와 50만원 이상의 정육 선물세트 등 고가의 선물세트는 일부 상품이 동날 정도로 예년보다 빨리 소비되고 있다고 백화점 측은 설명했다.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은 올해 대형 유통업체의 명절 판매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살아난 소비 심리가 재래시장 등 서민 경제 영역까지는 뻗어나가지 못하는 듯했다.

▲자료사진: 설 앞둔 백화점 선물세트 판매 호조

prayer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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