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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사람들> BT 선도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의약품에...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의약품에 있어선 규제완화는 로컬에서나 통하지 글로벌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의약품 규제도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서야 합니다"

최근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바이오 시밀러 분야의 선도기업인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은 21일 주무 규제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대고 서슴지 않고 이렇게 주문했다.

그는 "식약청이 너무 기업 마인드가 잘 돼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미국, 유럽 수준의 적절한 규제와 까다로운 허가절차가 있어야 제약산업의 경쟁력도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8년만에 세계적인 생명공학업체를 일궈낸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11위의 경제규모와 `국격'에 맞는 제약산업을 갖추기 위한 비방을 제시했다.

지난해 바이오 시밀러 계약생산만으로 매출 1천456억원과 영업이익 718억원을 낸 셀트리온은 올해는 자체 제품 판매를 시작해 매출 1천846억원, 영업이익 1천16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목표 영업이익률 63%를 다국적 제약사들의 현재 수익규모와 바이오 시밀러의 미래 수익성을 보여주는 좌표라고 밝힌 그는 회사를 차렸던 10년전을 되돌아봤다.

지난 99년 대우자동차 임원을 끝으로 샐러리맨 생활을 마감한 그는 대우자동차 기획실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 10명과 함께 무작정 회사를 차렸다.

"대기업 출신답게 마주앉아 습관적으로 회의를 했지만 정작 뭘 해야 할지는 도통 몰랐습니다. 더이상 국내에 앉아있을 수만은 없어서 사업아이템을 찾으러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처음 도착한 미국 LA에서 정처없이 돌아다니다 `한국어를 완성했다'는 그는 이어 샌프란시스코로 넘어가 다시 사업아이템을 구체적으로 물색하기 시작했다. 아이템 선정의 원칙으로 삼은 것은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야 하고 21세기 시대상과 맞아야 하며 한국인의 기질에 맞아야 한다는 세가지.

그가 찾아낸 것은 오는 2013년이면 의약품들의 특허만료로 전세계 2천조원에 달하는 제약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이라는, 업계 종사자라면 다 알고 있는 오랜 정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 정보를 수백년만에 한번 올까말까한 기회로 봤다. 특허만료 이후의 시장에 주목한 곳이 한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공동화된 미국과 유럽 제약산업에 침투할 수 있는 곳은 한국과 중국, 인도 정도일 것으로 내다보고 시장 규모가 100조원에 이르는 바이오 시밀러에 특화해 10년 정도의 준비기간을 설정했다.

한국에 돌아온 그에게 동료들은 `위대한 선택'이라고 부추겼지만 사실 그에게는 `사기꾼', `운이 좋았다', `오래가지 않을 것', `남들 다 하는 것'이라는 욕설과 비아냥이 끝없이 따라다녔다.

서 회장은 "정작 사업 때문이 아니라 무수히 떠도는 유언비어와 그에 대한 해명이 더 힘들었다"며 "이제는 일일이 반박하고 해명하기보다는 묵묵히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 FDA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cGMP)에 적합한 청정 생산설비를 갖추려다 짓고 있던 공장을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하는 일도 있었다. 결국 생산설비를 실사한 FDA는 2007년 2월 셀트리온에 인증을 내줬다.

투자비 부족으로 사채까지 끌어쓰고 사업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위기가 여러차례 있었지만 싱가포르와 경합 끝에 미국 제넨텍으로부터 바이오 의약품인 에이즈 백신 위탁생산에 대한 투자를 유치하는 행운도 따라줬다.

의약품 위탁생산(CMO)을 통해 먼저 관련 기술을 습득하고 나중에 자체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전략에 따라 제넨텍으로부터 필수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또 셀트리온 공장 부지를 송도 신도시에 두게 된 것도 행운이었다.

인천시는 당시 허허벌판인 송도 신도시에 처음 들어오려던 셀트리온에게 30년 무상임대 혜택을 주겠다고 했지만 서 대표는 이를 뿌리치고 부지 매입을 선택했다. 1년후 경제자유구역이 되면서 땅값이 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담보융자를 통해 투자비도 상당액을 충당할 수 있었다.

결국 남들보다 4∼5년 먼저 시작한 점을 셀트리온의 경쟁력으로 꼽은 그는 이것이 한국 제약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대로 두면 국내 제약산업은 동남아 수준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세계 10위권 경제규모에 걸맞게 제약산업도 상위에 랭크돼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정부기관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는 국내 설비기준과 임상시험, 허가절차가 글로벌 수준을 충족치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신약 허가를 받더라도 다시 글로벌 기준에 따른 허가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며 거듭 규제강화를 주문했다.

서 회장은 "더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임상시험과 허가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체제를 완비해줘야 한다"며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선점과 글로벌 신약개발을 통해 한국이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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