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상회 터, 호암 생가 방문객 `북적'
(대구.의령=연합뉴스) 류성무 김재홍 기자 = "일본인들도 많이 와요. 삼성이 외국에선 더 큰 회사로 평가받는 것 같습니다."
대구시 중구 인교동 일명 공구거리 끝 자락에 있는 삼성상회 터.
이곳은 28세 청년이던 호암 이병철(1910~1987)이 1938년 3월 국수와 청과.건어물 등을 파는 사업을 시작한 삼성의 발상지이다.
이병철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삼성상회 터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인근에서 기계공구 유통 전문기업을 운영하는 최영수(63) 사장은 "사람들이 찾아와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한다"면서 "성공한 기업인이 처음 사업을 시작한 곳이라 그런지 부자의 기운을 받으려고 왔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상회' 간판이 붙어 있었던 지하 1층, 지상 4층의 옛 목조건물은 1997년 도시계획에 따라 철거되면서 제 모습을 잃었다.
삼성 측이 보존 목적으로 조성한 대리석 기념 벽과 삼성상회의 옛 모습 사진, 그리고 과거에 팔았던 별표 국수 상표 등을 통해 당시의 풍경을 짐작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이곳을 관리하는 삼성물산 김종수(46) 과장은 "옛 삼성상회 건물의 주요 부분은 용인에, 외벽은 대구에 있는 창고에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공구거리를 지나 삼성상회 터에서 250여m 안쪽으로 가면 호암이 살았던 집(인교동 164-8번지)이 있다.
이 집은 3남인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이 1942년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호암은 부인과 자녀, 일꾼들과 함께 250㎡ 규모의 방 4개짜리인 이 한옥에서 생활했다. 이건희 전 회장은 1947년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이사하기 전까지 6년여간 이곳에서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 한옥은 현재 제일모직에서 퇴직한 이항연(63)씨가 1993년부터 관리하고 있다.
대구에는 호암이 6.25 전쟁의 와중에 재산 대부분을 잃고 재기하기 위해 세운 제일모직 공장 터도 있다.
제일모직 터 본관동에는 호암이 집무실로 사용하던 공간이 보존돼 있다.
건물을 관리하는 이우순(49) 관리소장은 "지난해 9월까지 삼성전자 서비스 직원들의 연수원으로 사용됐지만, 지금은 빈 건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호암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경남 의령에 있는 그의 생가도 주목받고 있다.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 723번지에 있는 호암 생가를 처음 가봤다는 안삼영(59.교사)씨는 "생가에 들어서니 왜 오늘날의 삼성그룹이 있게 됐는지 알 것 같았다"면서 "선대부터 흘러온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의령 생가에도 `부자 기운'을 받으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07년 11월부터 일반에 개방된 호암 생가에는 지난해에만 9만여 명이 다녀갔고, 지금까지 누적 방문객은 17만여 명에 달한다.
이무형 관리소장(58)은 "평일에는 하루 200~300명이 찾는다"면서 "주말에는 세 배 이상 많은 방문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자영업자를 비롯한 개인 사업가들이라고 한다.
이 소장은 "호암 생가 방문객 중에는 사업가들이 가장 열정적"이라며 "요즘 들어 `부자 기운을 받으러 왔는데 도대체 생가의 어느 곳에 가면 그 기운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귀띔했다.
관광객들이 늘자 의령군은 아예 지난해 5월부터 전문해설사 3명을 양성해 호암 생가에 상주시키면서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호암 생가 인근의 식당들도 그의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인근에서 한우 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 임미현(45)씨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손님이 부쩍 늘었다"면서 "주말이면 100여석 규모의 홀이 꽉 찬다"고 말했다.
한편, 의령군은 올해를 `호암 생가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기념사업을 추진 중이다.
고인의 생가가 있는 정곡면을 중심으로 주변 환경을 정비하고, 탄생일인 12일에는 기념행사도 열 예정이다.
▲이병철 회장이 태어난 경남 의령군 정곡면의 생가 항공사진. 위에서부터 안채, 광, 사랑채, 대문채. <<의령군 제공>>
tjdan@yna.co.kr
pitbull@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