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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IT생태계 변화>②기획 빈곤, 흔들거리는 IT강국

애플·구글이 선도하는 '기획·디자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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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구글이 선도하는 '기획·디자인' 시대

HW.SW 최적화, 소비자 선택 가른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우리나라엔 왜 `스티브 잡스(애플 CEO)'가 나타나지 않을까.

지난해 말 아이폰의 성공신화가 국내로 전이되면서 애플의 혁신은 국내 경제, 산업, IT 분야, 심지어는 정치권에서도 애타게 갈구하는 화두가 됐다.

구글에 대한 부러움의 시선도 애플에 못지않다.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의 말 한마디는 국내에서도 주목하는 뉴스가 됐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자체적인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서비스, 플랫폼, 제품이 선순환을 이루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배경에는 소비자들에 대한 기호 분석 아래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생태계를 설계한 기획 및 디자인 능력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애플과 구글의 탁월한 기획 및 디자인 능력을 부러워하고 질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데 있다. 이들 기업의 공세에 국내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포털은 등이 2000년대 들어 겪어보지 못한 큰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판 '잡스 찾기'는 애플과 구글 같은 큰 밑그림을 그린 채 치밀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기획과 디자인 능력에 대한 뒤늦은 각성이다.

기술과 산업의 진행방향, 소비자의 기호 변화,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의 최적화 등을 읽어내고 판단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명제가 생긴 것이다.

◇기획.디자인 시대 = 구글과 애플의 성장을 바라보면서 국내에서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로 기반이 약한 SW를 드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IT분야 파워블로그로 '제4의 불' 저자인 정지훈 우리들병원 생명과학기술연구소장은 접근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SW 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총괄적인 기획능력과 협업을 수행할 인력이 부족하고 이를 간과한 기업문화가 원인"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인문·사회학적 기획 및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획자들의 역할과 비중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매력적인 생태계는 그래픽 디자인과 산업디자인, 상호작용 경험 디자인, 환경 디자인 등이 큰 틀 속에서 상호 협조적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애플은 폐쇄형 구조 안에서, 구글은 개방형 구조로 이 같은 생태계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전체적인 밑그림 그리기보다는 부품이나 제품별, 사업부별로 단가 절감 등에 초점을 맞춰, 현재의 난맥상을 초래했다.







◇HW.SW 최적화, 소비자 선택 열쇠 = 전체적인 기획 및 디자인의 부재는 뛰어난 HW를 가지고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흔쾌히 받지 못하는 현실에 당면하게 했다.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보조금과 마케팅 공세에도 T옴니아2가 아이폰 바람을 잠재우지 못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HW 측면에서 T옴니아2는 아이폰을 뛰어넘는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사용자 환경에서 T옴니아2보다는 아이폰이 환영받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더구나 T옴니아2에는 출시과정에서 SK텔레콤의 통합메시지함이 내장돼 T옴니아2의 속도감을 느리게 한다는 이용자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하드웨어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서비스를 탑재할 경우 휴대전화의 전체적인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출시 단계에서 하드웨어와 OS를 잘 이해한 상황에서 제조사와 이통사가 이에 맞는 SW와 서비스를 넣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SW 및 서비스에 적합한 HW를 구성하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구글이 대만 제조사 HTC를 통해 출시한 것은 최적화의 중요성을 설명해주고 있다. 유통시장 혁신이라는 목적 외에도 HW와 SW, 서비스가 최적화된 하나의 표준을 시장에 던져준 것이다.

애플이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 HW, SW, 서비스를 제어하는 아이폰과 달리 전 세계적으로 여러 제조사가 만드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은 중구난방인 성향이 다분했다. 이 같은 구조 아래서는 최적화된 아이폰에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표준 제시가 필요했던 것이다.

구글 관계자는 "넥서스원은 (구글이 선택한) SW가 가장 잘 구동될 수 있도록 HW를 디자인했다"면서 "제조사와 이통사에 롤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넥서스원보다 최적화된 단말기는 언제나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넥서스원은 구글이 그리는 모바일 생태계 전략 속에 하나의 전술로 사용된 셈이다.







◇"소비자를 읽어라" = 최적화에 대한 실패는 소비자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통신시장의 독과점적 체제는 소비자의 기호를 읽기보다는, 끌어당기는 데 주력한 모양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한마디로 "국내 기업이 오만했다"고 표현했다. "국내 기업은 소비자 존재를 노예와 같은 종속 대상이나 목적 대상으로 보고 이용하려 할 뿐, 소비자가 원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사고하는 멘탈리티가 부족한 경향"이라고 황 교수는 강조했다. 소비자 심리와 행동방식에 대한 연구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극성스러운 얼리어댑터와 누리꾼들의 소비행태 대한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IT 소비형태에서 국내에서는 비주류의 소비패턴이 '대세화' 되는 경향이 다분하다. 다른 사람들의 소비문화에 관심이 지대한 국내적 문화 때문이다. 아이폰 열풍이 이끈 스마트폰의 대세화 분위기는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곧 국내 기업이 눈앞에 이익에 급급해, 대세화가 무엇이고 대세를 추종하는 소비집단을 추정하는 능력이 부족했다는 이야기다.

황 교수는 "어떤 첨단기술이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느냐를 읽어내면서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소비집단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제조사는 조립공장, 이통사는 전력과 가스회사 같은 유틸리티 회사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디자인' 국내서도 희망찾기될까 = 현재 애플과 구글의 구도로 굳어져 가고 있는 모바일 생태계는 앞으로 최소 몇 년간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모바일 생태계의 파장은 전체적인 IT 생태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IT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구글과 애플의 행보에 국내 IT 업계는 우왕좌왕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휴대전화 PC, TV 등 각종IT 제품과 부품 생산 분야에서만큼은 국내 기업이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기업이 구글과 애플의 구도 속에 포함되더라도 당분간 버틸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 기간에 기획 및 디자인 능력을 갖추기 위해 시급히 변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우선 기업 조직의 점조직화를 추구하면서 유기적인 협업 및 보상 체계가 작동하는 형태로 바꾸고, 각 부서를 뛰어넘는 큰 틀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선 순환적인 자체적인 생태계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도 당연한 지적이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개방 환경과 수익 분배 구조를 만들어 준다면 SW 개발사들은 뛰어들 수밖에 없다. 서비스 기업도 마찬가지로, 궁극적으로 시장이 확대되는 것이다. 애플리케이션 마켓의 경우도 폐쇄형이 아닌 각 마켓을 연결시켜주는 개방형 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소비자 기호를 치밀하게 읽고 전망하는 한편, 과감하게 반영하는 능력이 필요되는 것은 물론이다.

정지훈 소장은 "국내 기업들이 협업 파트너를 잘 선택하고, 당장 이익이 줄어들더라도 개방형으로 가야 한다"면서 "감췄던 소스를 공개해 새로운 SW와 디바이스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해야 개발사 등이 뛰어들어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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