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갈아타기' 1천억…전체의 0.09% 불과 "과도기…장기적으로 투자자 만족도 제고"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이준서 신창용 기자 = '펀드 판매사 이동제도'가 실시된 지 4주 만에 판매사를 옮긴 펀드 규모가 1천억원을 넘어섰다. '펀드 판매사 이동제도'는 투자자들이 환매 수수료 부담 없이 기존 판매회사에서 다른 판매회사로 자유롭게 이동하는 제도다. '펀드 이동'은 '판매' 중심의 은행이나 보험보다는 자산관리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증권사로 쏠리는 양상이다. 하지만 펀드 시장의 외형 확대가 주춤한 상태에서 펀드 판매사 이동제도가 시행되다 보니 판매회사 간의 뺏고 뺏기는 싸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의 권익은 오히려 외면받고 있다는 불만 역시 제기되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펀드 판매시장이 공급자 중심에서 투자자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4주간 펀드 이동 규모 1천억원 돌파…기대에는 못 미쳐 21일 증권업계와 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펀드판매사 이동제도 시행 이후 지난 19일까지 4주간 판매사를 이동한 펀드 규모는 총 1천3억원로 집계됐다. 이 기간 판매사 이동건수는 총 5천426건으로 거래일당 평균 286건을 기록했다. 최근 사흘간은 평균을 크게 웃도는 400건 이상을 기록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판매사를 이동한 펀드 투자자들은 대부분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판매사를 갈아탄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간 이동도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대우증권 정길원 연구원은 "판매 후 서비스 측면에서 은행 창구 직원보다 월등히 높은 전문성을 보유한 증권사로 자금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4주간의 결과만 놓고 보면 이동제 시행으로 펀드 '갈아타기' 열풍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이동 펀드 규모는 이동 가능 펀드의 설정액 116조2천억원(작년 말 기준) 중 0.09%에 불과하다. 아직 제도가 투자자들에게 폭넓게 알려지지 않은 데다 다소 번거로운 이전 절차 등도 '펀드 이동'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은행들이 선의의 경쟁보다는 갖은 편법을 동원하며 이동제 자체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수수료와 보수가 당장 인하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이유다. 투자자들이 추구하는 것은 자산관리 서비스 외에도 '높은 수익률'인데, 비용이 별반 다르지 않으니 판매사 이동에 선뜻 나서지 않는 셈이다. 한 증권사 실무 담당자는 "현재 업계 판매보수 평균은 1.4% 정도로, 여기에서 추가로 인하하기는 쉽지 않다"며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판매보수 1% 상한선도 증권사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과도기…제도 정착시 투자자에 유리" 하지만, 제도 도입 초기 단계에서 펀드 이동이 기대보다 활발하지 않다고 해서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다소 섣부르다.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 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서비스 개선을 위한 금융기관들의 경쟁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들은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취급 펀드 수를 확대하며 본격적인 펀드 이동에 대비하고 있다. 동양, 대우, 대신, 우리, 삼성, 신한금융투자, 한국, 현대 등 8개 증권사가 판매하는 공모형 국내 주식펀드(판매사 이동 가능 펀드 기준)는 지난해 말 687개에서 지난 19일 현재 1천191개로 73.4% 급증했다. 작년 4분기 603개에서 687개로 13.9% 늘어난 데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펀드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펀드 이동제가 '과도기'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판매사 간 경쟁을 유도해 투자자들의 수수료와 보수 부담을 완화하자는 취지와는 달리 과도한 마케팅에 따른 출혈경쟁으로 치닫는 현 양상이 과도기적 진통의 한 단면이란 설명이다. 하나대투증권 김지영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고객확보를 위한 경쟁으로 판매회사들의 수익감소 및 비용증가가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자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정 연구원도 "장기적으로는 판매 후 서비스의 강화를 통해 간접투자 시장 전체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