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계좌이동제(금융소비자가 한 은행에서 수시입출금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길 경우, 옮기고자 하는 은행에만 해당 사실을 통보하면 기존 은행의 계좌와 연결된 모든 자동이체 항목까지 새 계좌로 이동하는 제도) 시행이 임박한 가운데 국내 시중 은행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고객이 주거래 계좌를 변경할 때 장애로 작용했던 전환비용이 낮아져 계좌이동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들은 주거래 고객에 대한 각종 우대 혜택을 늘리고,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금리 우대 특판 상품을 출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계좌이동제의 목적 자체가 자유로운 주거래 계좌의 이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인 만큼, 치열한 고객 쟁탈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계좌이동제 시행을 준비하는 시중은행들의 대응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주거래 고객의 선정 기준을 낮추고 우대 혜택의 범위를 관계사로 확대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로는 장기거래 고객 확보를 위해 만기가 긴 상품 판매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핵심이다. 세 번째 대응책은 기존 고객을 지키고 신규 고객도 유치하기 위한 금리 우대 상품을 출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들 대안 모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게 현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결국 개인 고객별 금융 니즈를 면밀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독창적인 해법을 찾아야만 고객 유지가 가능하다는 공통의 과제에 당면해 있는 상황이다.
또 계좌이동제는 은행 간 경쟁이 심화되면 대형은행들이 고전하고 중소형 지방은행이 그동안의 열세를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하나은행의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계좌이동제 도입과 영국은행의 엇갈린 명암’이라는 보고서에서 “영국은 2013년 9월 신계좌이동제를 도입한 후 올 3월까지 175만 건의 계좌이동이 발생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한마디로 계좌이동제는 고객이 은행 주거래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연결된 공과금 이체, 급여 이체 등도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이전되는 시스템으로 점포 수가 적은 은행은 영업력에 따라 점포가 많은 대형은행의 고객을 쉽게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지방은행들이 수도권 영업권을 크게 늘리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좌이동제까지 시행되면 영업환경이 유리해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은행권 한 관계자는 “9월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금융권 내 고객 이동이 활기를 띨 것”이라며 “기존 고객이 이탈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도 있는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