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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왕따 여고생ㆍ68세 할머니 `감동의 졸업'>

대안학교 성지중고교생 728명 내일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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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성지중고교생 728명 내일 졸업식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친구들의 집단따돌림에 자살을 생각한 여고생, 시력 잃은 어머니를 보살펴온 소녀가장, 가난으로 학업을 중단했던 60대 할머니….

노장년층과 소외된 청소년들의 대안학교인 서울 성지중ㆍ고등학교 학생 728명이 5일 오전 11시 강서구민회관에서 감동의 졸업식을 갖는다.

살아오면서 쓴맛 한번 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지만, 불우한 환경 때문에 제때 배우지 못한 이들 한 명 한 명의 삶은 그야말로 고통과 눈물로 점철돼 있다.

4일 성지중ㆍ고에 따르면 최모(19) 양은 고 2때 학생들의 집단 괴롭힘으로 우울증에 걸려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다.

부친은 대리운전, 어머니는 기숙사 식당일을 하는데다 막내 동생은 심장병까지 앓고 있어 항상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도와야 했다.

그러나 명랑한 성격을 바탕으로 새로운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고 작년에는 모 전문대 물리치료학과에 당당히 입학할 수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최양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받는 월 20만원으로 본인의 학비를 충당하고 동생의 치료비에도 보태왔다"며 "대견한 소녀"라고 칭찬했다.

중학교를 졸업하는 여모(18)양 역시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일곱살 때 집을 나간 부친 대신 소녀가장 역할을 하며 시력을 잃은 어머니를 돌봐야 했던 그는 이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된다.

여양은 "졸업 후에는 간호대학에 들어가 어머니처럼 시력을 잃었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 생활이 어려워 공부를 포기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나의 과거를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반세기가 지난 뒤에야 다시 학업에 뜻을 둔 할머니도 있다.

이모(68) 할머니는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젊은 시절에는 남편이 직장에서 당한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지면서 매일같이 병시중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배움의 갈증을 풀수 없었던 그는 용기를 내 수업이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성지중에 입학했고 4년간 남편 병시중과 학업을 병행해왔다.

학교 관계자는 "이 할머니는 올해 모 미술대학에 입학한다"며 "새로운 꿈에 부풀어 있다"고 말했다.

2006년 어머니, 형과 함께 북한을 떠나온 남모(21)군은 서울의 4년제 컴퓨터학부 입학했고, 척추결핵이라는 불치병 때문에 키가 1m20㎝밖에 안 되는 전모(43.여)씨는 모 전문대 재활복지과에 합격했다.

학교 측은 "내일 졸업식을 맞는 728명의 졸업생은 누구라고 말할 것 없이 사연 많은 삶을 살아왔다"라며 "위대한 졸업식을 맞게 된 학생들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jslee@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