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복 국무회의' 무색…"국민에 책임전가" 비난자초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이번 겨울 전국의 전력 사용량이 여름철 최대 사용량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전력난이 이어졌지만 정부청사는 비교적 따뜻하게 겨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부는 동계 전력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지난달 12일 비상체제에 들어가면서 "전기사용을 절제해 달라"는 대국민 호소문까지 발표했던 만큼 전력난의 책임을 국민들에게 전가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에너지 절약'은 지난해 11월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때 이명박 대통령과 국무위원 대부분이 내복과 조끼를 입고 회의에 참석했을 정도로 이번 겨울의 화두가 됐다.
하지만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2008~2009 전기사용량과 요금' 자료에 따르면 정부중앙청사와 문화관광체육부, 농촌진흥청, 국세청 청사의 전기사용량은 재작년과 비교해 지난해 상반기 다소 줄었다가 하반기에 다시 늘었다.
더욱이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전기 수요가 많아지는 11∼12월 이들 청사의 전기 사용량은 눈에 띄게 늘어나 '내복 국무회의'를 무색케 했다.
정부중앙청사의 작년 11월과 12월 전기 사용량은 재작년 같은 달에 비해 4%와 5% 각각 늘었고, 문광부 청사나 농촌진흥청과 국세청 청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특히 정부청사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전력 낭비는 정부가 전력 수급 비상체제에 돌입하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1월 정부중앙청사에서는 아무런 일정이 없어 텅 비어있는 합동브리핑실의 모든 전등을 환하게 켜놓는 등 전기를 낭비하는 사례가 목격됐다.
또 지식경제부가 지난달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올겨울 에너지 절약 수칙 이행 상황을 점검한 결과, 4∼5곳 중 1곳꼴로 실내온도 적정 기준 등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는 정부뿐 아니라 일선 공무원 스스로 전력난의 심각성과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했다.
실제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에너지 절감 대책은 작년 12월 말에서야 공공기관에 '겨울철 에너지 절약 4대 실천사항'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행정안전부는 대통령 발언의 후속 조치로 지난달 6일 공공기관 청사의 에너지 사용량을 연내 10% 줄이겠다는 에너지 절감대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작년 11∼12월 날씨가 예년보다 추운 편이었는데 실내 온도를 18∼19도로 낮추자는 이야기는 올해가 돼서야 나왔던 걸로 안다"며 "예전에 쓰던 대로 썼다면 전기 사용량이 늘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시민연대 정희정 사무처장은 "정부는 의무적으로 냉ㆍ난방 온도를 권장온도에 맞추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는데 지키지 않는 때가 많다. 정부 기관이 에너지 낭비로 국민 세금을 축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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