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7 (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월간구독신청

사회일반

<북녘行 경의선 열차서 `특별한 졸업식'>

탈북 청소년 3명…"北형제에 자랑하고파"

...









탈북 청소년 3명…"北형제에 자랑하고파"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셋넷학교'가 20일 오후 서울에서 임진각으로 달리는 경의선 열차 안에서 이색 졸업식을 열었다.

주인공은 내달부터 대학생이 되는 이은별(21.여.성신여대)씨와 강용수(25.국민대)씨, 김소연(30.여.숭실대)씨 등 3명.

모두 함경도 출신으로 2003∼2008년 사이 차례로 탈북해 한국으로 들어온 이들은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극복하고 고교 졸업과 함께 대학 입학의 영광을 안았다.

이날 행사는 열차의 마지막 8번 객차에서 재학생과 학부모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졸업식'이란 현수막이 붙은 객차에서 졸업생들은 검은 학사모와 가운을 입고 차례로 걸어나와 졸업장을 받았고, 그때마다 전동차 안은 환호와 박수소리로 가득찼다.

북한에서 고교 2학년을 중퇴한 김소연씨는 "남다르고 의미있는 졸업식을 하는 것 같다. 예전 북녘을 볼 때면 남겨두고 온 언니, 오빠와 돌아가신 부모 생각에 죄스런 마음뿐이었지만 오늘은 뿌듯하고 자랑하고 싶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대학 생활에서는 기백과 마인드 등 모든 면에서 남한 학생들을 넘어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은별씨는 "학교를 졸업하는 게 아쉽지만, 대학생활을 하게 돼 설렌다. 한국 왔을 때 보살펴 줬던 사회복지사 분들처럼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졸업식에 참석한 재학생과 선배 졸업생들은 이들의 졸업이 기쁘고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반응이었다.

내년에 졸업하는 고은지(23.여)씨는 "선배들을 보니 영어 단어를 외우느라 함께 고생한 기억에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건국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선배 졸업생 최광혁(27)씨는 "특별한 졸업식을 하는 후배들을 보니 기분이 좋고 부럽다"고 말했다.

졸업식에 이어 재학생의 오카리나 공연과 탈북자 신영옥(21.여)씨의 결혼식이 이어졌다.

신씨는 "열차 안내 방송과 주례 선생님 말씀이 뒤섞이면서 독특한 분위기가 연출돼 정말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 참석자들은 임진각역과 도라산역 일대를 둘러본 뒤 이날 저녁에는 서울 신촌역 인근 식당에서 탈북학생과 멘토 간의 대화를 담은 '꽃이 펴야 봄이 온다'는 책의 출판기념회도 가졌다.

2004년 문을 연 셋넷학교의 박상영 교장은 "고향과 추억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새터민들의 응어리를 풀어주기 위해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오늘 졸업식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