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노번 주택장관, 비상사태 대비 연설행사 불참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7일 취임후 첫 국정연설은 미국뿐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많은 관심 속에 열렸으나, 대체로 연설의 초점은 미국내 경제문제에 맞춰지고 외교.안보이슈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사를 국정연설로 사실상 갈음했기 때문에 이번 첫 국정연설을 통해 국내 정치에서 외교,안보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청사진을 펼쳐보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발등의 불인 경제문제 해법제시에 연설의 대부분을 할애한 것.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연설 내용을 경제문제로 압축한 것은 국민들의 최우선 관심사가 경제에 쏠려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치러진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담대한 개혁' 보다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일깨워줬고, 결국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는 경제 처방전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오바마 대통령이 정부차원의 일자리 창출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조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28일 플로리다주의 탬파로 내려가 타운홀 미팅을 갖고 고속철도 건설 계획을 발표하기로 한 것도 이런 연장선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저녁 미셸 여사와 함께 백악관을 출발, 5분여만에 의사당에 도착했다. 이어 의회 관계자의 안내로 연설장소인 하원 전체회의장에 입장해 복도 양편에 늘어선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과 악수했다.
그는 연단에 올라선 뒤 위쪽에 자리잡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상원 당연직 의장인 조 바이든 부통령과도 인사를 나눴다.
오바마 대통령은 남북전쟁, 제1, 2차 세계대전, 대공황, 흑인들의 민권운동을 거치면서 미국이 어려움을 겪었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또 다시 우리는 시험에 들었다. 우리는 이런 역사의 부름에 답해야만 한다"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적 단결을 호소했다.
그는 특히 자신의 취임후 이념적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미국인들이 원하는 것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다름을 인정하고 협력해 나가는 것"이라고 상생의 협력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마무리 말에서 "우리 행정부는 정치적으로 좌절을 겪었고, 그런 좌절의 일부는 응당 우리의 책임"이라고 시인한 뒤 "그러나 미국 전역에서 우리의 가정들이 겪고 있는 좌절이야말로 어디에 비할 것이 없다는 사실에 늘 잠이 깬다"며 경제난 극복의지를 재삼 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새해가 밝았고, 새로운 10년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포기할 수 없으며 지금 이 시간을 붙잡아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꿈을 진전시켜 나가고 미국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연설을 맺었다.
이날 국정연설에는 예멘 문제논의를 위한 국제회의 참석차 런던으로 출장을 떠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제외하고 각료로는 숀 도노번 주택장관이 유일하게 불참했다.
CNN방송은 "도노번 주택장관이 불참한 것은 국정연설을 하는 동안 비상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한 명의 각료를 행사장 밖에 남겨두는게 관례인데, 이번에는 도노번 장관이 남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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