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팽 "사르코지가 검찰 항소결정의 배후"
브루니, 빌팽에 직격탄 '눈길'
(파리=연합뉴스) 이명조 특파원 = 프랑스 우파의 거물급 정치인인 니콜라 사르코지(55) 대통령과 도미니크 드 빌팽(56) 전 총리 사이의 힘 겨루기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빌팽 전 총리가 자신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에 항소 방침을 밝힌 검찰의 배후로 사르코지 대통령을 지목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원고인 사르코지 대통령이 재판부 판결에 항소할 의사가 없다고 밝혀 두 사람의 법정 싸움이 빌팽의 승리로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검찰의 항소방침이 공개되면서 빌팽이 다시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재판부 판결 직후 "정치에 대한 정의와 법의 승리를 보여준 재판이었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던 빌팽은 이런 검찰의 항소 결정을 전해듣고 즉각 공세의 날을 세웠다.
빌팽은 31일 항소 결정을 공개한 장-클로드 마랭 검사의 뒤에는 사르코지 대통령과 정부가 있다면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압력설을 제기했다.
빌팽은 "무죄선고가 이뤄진 28일 저녁 엘리제궁에서 (관계 기관) 모임이 있었으며 이 자리에서 검찰의 항소방침이 결정됐다"고 배후논란에 불을 지폈다.
2004년 '클리어스트림 사건'으로 사르코지를 음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돼 정식재판에 회부됐던 빌팽은 지난달 28일 파리 형사합의법원 재판부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었다.
빌팽은 2004년 사르코지 등 40여명이 룩셈부르크의 금융기관인 클리어스트림에 비밀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계좌에는 대만업체에서 받은 뇌물이 예치돼 있다고 주장해 고소를 당했다.
빌팽의 공세에 대해 엘리제궁은 물론 법무부까지 나서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으나 공방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셸 알리오-마리 법무장관은 현지 라디오 방송에 "검찰은 항소결정을 하면서 그 누구로부터도 지시를 받거나 압력을 받는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부인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도 이례적으로 공방에 가세해 빌팽을 향해 직격탄을 날려 눈길을 끌었다.
브루니는 RTL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검찰의 독립성을 신뢰하고 있다"면서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이런 주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한편, 사르코지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빌팽이 정계에 복귀해 명예회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빌팽과 사르코지는 전임 자크 시라크 내각에서 여당의 차기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던 관계였다.
일간 르 피가로가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실시하고 있는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36%가 빌팽이 2012년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한 반면 불출마할 것으로 내다본 응답자는 31.64%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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