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내 돈 가로챘다"..정부 "필요 직종 한정돼"
(시드니=연합뉴스) 이경욱 특파원 = "호주가 내 돈을 가로챘다."
호주 연방정부가 제과, 제빵, 미용, 요리 등 단순기술직을 부족직업군에서 삭제함에 따라 당장 영주권 취득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된 사설직업학교 유학생들이 호주 정부의 조치에 분개하고 있다고 호주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종전까지 사설직업학교 유학생들은 과정을 마치면 호주에서 인력이 부족한 직업훈련 이수자로 분류돼 쉽게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스스로 직장을 구하고 해당 직장으로부터 영주권 발급 스폰서십을 받지 않으면 영주권을 얻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1년반내 스폰서십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아예 귀국해야 한다.
이런 소식을 전해들은 사설직업학교 유학생들은 "호주 정부가 내 돈을 가로채 달아났다"며 배신감마저 느끼고 있다는 것.
사설직업학교에서 요리과정을 이수중인 인도 출신 제시 싱(24)과 란지트 싱(21)은 "하버브리지를 보는 데 무려 2만4천호주달러(2천600만원상당)가 들어간 셈"이라며 "돈 낭비만 했다"고 허탈해했다.
그는 "농부인 부모가 빚을 내서 유학비를 대줬다"며 "호주 정부가 내 돈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요리과정 2년차인 란지트 싱은 호주 정부의 이번 조치로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기 위해 준비에 들어갔다.
인도 출신 유학생 만브리트 싱은 "이민법 강화로 개인적으로 얼마만큼의 손해를 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호주 이민시민부의 이민법 강화 조치 발표 이전 사설직업학교는 영주권 취득의 지름길로 통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현재 사설직업학교에서 요리 과정 등을 이수중인 유학생은 무려 21만명에 달한다.
인도 출신 유학생의 경우 지난해 60% 이상 급증했다.
한국 출신 유학생도 지난해 11월말 현재 1만1천574명으로 11개월전보다 무려 24.4% 늘었다.
크리스 에번스 이민시민부장관은 "종전까지 사설직업학교 유학생들은 번호표를 받아들고 순차적으로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며 "호주 경제가 필요로 하는 직종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사설직업학교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에 "유학생 수 급감으로 연쇄 도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반면 4년제 정규대학들은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대학들은 영주권 취득보다는 학문을 목적으로 호주로 유학오는 해외 유학생들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물론 호주 교육시장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면서 반색하는 분위기다.
시드니시내 맥쿼리대 부총장 캐럴라인 트로트먼은 "일부 부실 사설직업학교 탓에 호주 교육시장의 국제적 평판이 훼손된 게 사실"이라며 정부의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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