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L 법정관리.도요타 대규모 리콜에 항공기 좌석 품질 조작까지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일본을 경제 대국으로 끌어올리는데 핵심 역할을 했던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항공사인 일본항공(JAL)이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전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은 데 이어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도요타자동차가 바닥 매트와 가속페달 불량에 이어 프리우스를 비롯한 주력 차량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브레이크 시스템 결함으로 대량 리콜에 들어가면서 안전과 품질 신화도 붕괴하게 됐다.
여기에 9일에는 일본 최대의 여객기 좌석 제조업체인 고이토(小絲)공업이 좌석의 강도와 내화(耐火)성능을 조작해 전세계로 공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품질, 안전신화에 이어 기업의 도덕성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서 일본 업체들의 몰락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일본의 관련 업계에서는 일련의 사태로 인해 '일본' 브랜드 자체에도 치명적인 손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파문이다. 3년 전 미국에서 판매된 도요타자동차 차량의 운전자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도요타는 고객의 입장에서 진진하게 문제점을 파악하기보다는 '특수한 경우'라면서 애써 이를 무시했다.
이는 결국 잇따른 사망 사고와 연결되면서 도요타자동차의 차량 결함 은폐 의혹으로 발전됐다.
여기에 도요타가 전략 차량으로 삼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브레이크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충격이 확산하면서 도요타차량의 지난달 미국내 판매는 전년 동월에 비해 15.8%나 감소하는 등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일본 제조업이 안고 있는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에는 세계 1위라는 자리에 안주하면서 내부 문제를 개선하는데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도요타의 경우 현지 생산을 통한 글로벌 점유율 극대화 정책으로 2008년 세계 판매 890만대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지만 그 과정에서 현지 부품업체에 대한 관리는 일본 국내에 비해 소홀해져 이런 대규모 리콜 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회사였던 소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니는 1980년대 워크맨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이후 디지털 플레이어 생산 등 여러 차례의 고비마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면서 애플이나 삼성 같은 경쟁사에 뒤처지게 됐다.
일본항공의 경우도 정치논리가 개입되면서 수익성이 전혀 없는 오지 노선에 잇따라 취항, 운항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증가하는 구조가 됐다. 그러나 일본항공은 이에 대한 진지한 재검토보다는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다가 결국 법정관리를 통한 정리회생이라는 길로 접어들었다.
이들이 기업 내부의 문제라면 고이토공업의 경우는 전 세계 소비자들을 상대로 품질을 조작했다는 점에서 일본 기업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힌 사례로 평가된다.
항공기의 불시착 등 비상시 고객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좌석을 제조하면서 자재의 강도나 내화성과 관련된 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사가 만든 항공기 좌석이 일본은 물론 미국, 영국, 중국 등 전 세계 24개국의 32개 항공사의 여객기 1천기(15만석)에 공급된 만큼 파문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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