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조, 정찰조, 암살조 나뉘어 일사불란 범행
두바이 경찰 "이스라엘 개입 가능성 99%"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핵심 간부 암살사건은 고도로 조직화된 암살단의 소행인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사건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과 아일랜드는 자국민의 명의가 암살단 여권 위조에 도용됐다며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두바이 경찰이 공개한 공항과 호텔 CCTV를 보면 암살단의 행적이 고스란히 포착된다.
우선 하마스 핵심 간부 마흐무드 알-마부(49)는 지난달 19일 오후 3시 20분 두바이공항에 도착했다.
마부는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 창설 멤버로, 1989년 이스라엘 군인 2명을 납치해 살해한 사건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의 집중 감시를 받아 온 인물이다.
그는 가자지구에 무기를 밀반입하기 위해 거래상을 접촉하려 두바이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 입국 당시에도 그는 마무드 압둘라우프 모하메드라는 가명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부의 입국을 앞두고 암살단 11명은 그가 묵을 호텔과 공항 등지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표적'을 기다렸다.
영국인 6명, 아일랜드인 3명(여성 1명 포함), 프랑스인, 독일인 각 1명(여권 기준)으로 구성된 암살단은 마부의 입국에 앞서 이날 낮 12시부터 유럽 각국에서 차례로 입국했다.
암살단 중 공항 대기조는 마부가 공항을 나서자 곧바로 어딘가에 전화한 뒤 미행을 시작했다.
그가 공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알-부스탄 로타나 호텔에 체크인 한 후 객실로 가기 위해 승강기를 탔을 땐 암살단 중 호텔 정찰조 2명이 테니스복 차림으로 자연스럽게 같은 승강기에 타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객실이 230호임을 확인한 암살단은 맞은편 객실 237호를 예약했고 마부가 이날 오후 4시 23분 잠시 호텔을 떠나자 암살 실행조 4명이 237호로 들어갔다.
오후 8시 24분 마부가 외출을 마치고 객실로 돌아오자 암살단은 그를 살해한 뒤 8시 46분 호텔을 떠났다. 20여분 사이에 암살을 마치고 호텔을 떠난 것이다.
암살단이 마부의 객실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전자충격 조작으로 카드키를 열었을 가능성과 호텔 직원으로 위장한 암살단 일원에게 마부가 문을 열어 줬을 가능성 두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범행을 마친 암살단은 오후 10시 30분부터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홍콩 등을 향해 잇따라 두바이를 출국했다.
마부는 다음날(1월 20일) 오후 1시 30분 호텔 직원에 의해 시신으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그는 전기충격을 당한 뒤 목졸려 살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히 칼판 타밈 두바이 경찰청장은 "마부 살해 방식이 모사드가 과거 사용했던 방식과 유사하다"며 "모사드가 개입했을 가능성은 99%"라고 단언했다고 현지 일간지 `더 내셔널'이 18일 밝혔다.
앞서 타밈 청장은 "이번 사건에 이스라엘이 개입됐다면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 간부를 살해토록 한 결정권자일 것으로 간주되므로 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급토록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암살 혐의자들이 해외에서 출생한 이스라엘인의 명의를 도용했다는 것이 곧 모사드의 암살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암살 배후에 모사드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며 모사드 배후론을 반박했다.
하마스 지지자들은 지난 17일 가자지구에서 열린 추도 집회에서 이스라엘을 암살 배후로 지목하면서 복수를 다짐했다.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칼레드 마샤알은 비디오 연설을 통해 유럽 국가들이 이스라엘 지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이스라엘은 테러 국가 명단에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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