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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김현희 일본 방문에 또다른 난관 등장>

日경찰, '수사리스트 오른 인물'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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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경찰, '수사리스트 오른 인물' 난색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 대한항공 858기 폭파범 김현희(48)씨의 일본 방문에 예상하지 못한 새 걸림돌이 등장했다.

김씨를 초청한 일본 정부 안에서 "김씨가 일본에 오면 경찰 조사부터 받아야 한다"는 원칙론이 대두했기 때문이다.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일본 국가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납북 피해자인 요코다 메구미씨의 부모가 김현희씨를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와 초청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중학교 1학년이던 1977년 니가타(新潟)시 자택 부근에서 실종된 뒤 일본 납북자를 상징하는 인물로 떠오른 요코다 메구미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를 두고 일본 내에서 논란이 이는 가운데 김씨가 지난해 5월 일본 정부 관계자들에게 "요코다 메구미를 직접 만난 적이 있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딸에 관한 정보를 가진 이를 어떻게든 만나고 싶어하는 부모의 마음을 고려해 김씨를 일본으로 정식 초청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김씨가 일본 경찰의 수사 대상자라는 점.

김씨는 1987년 대한항공 858기를 폭파하기 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일본인 명의를 도용해 위조 여권을 사용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일본 경찰은 2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김씨를 여권법 위반 혐의 수사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일본 경찰은 그동안 '김씨가 일본에 오면 위조 여권 입수 경위 등을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자칫하다가는 김씨가 일본에 도착해 요코다 메구미의 부모를 만나기 전에 경찰 조사부터 받아야 할지도 모르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나카이 공안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하면서 "김씨 입국에 지장이 없게 해달라"며 검.경에 '특별 대우'를 요청했다.

경찰을 지휘하는 공안위원장이 나서서 요청까지 한 만큼 '일본 경찰도 그까짓 안 하면 될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일본 내 분위기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테러리스트와 타협했다가 홍역을 치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77년 9월 일본 좌익 테러 조직인 적군파가 파리발 도쿄 하네다행 일본항공(JAL) 비행기를 납치해 방글라데시 다카 공항에 강제로 착륙시킨 뒤 교도소에 복역중이던 적군파 9명의 석방과 미화 600만 달러를 요구한 적이 있다.

당시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총리는 "(인질로 잡힌) 사람의 목숨은 지구보다 무겁다"며 적군파 6명을 석방하고 미화 600만 달러를 지급했다가 법무상과 검찰총장이 "초법적인 조치"라고 강하게 반발하는 등 몸살을 앓았다.

따라서 일본 수사당국은 김씨를 특별하게 대우해주고 싶어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명분을 찾아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한 경찰 간부는 "혐의가 있는 한 경찰이 나서서 '조사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 문제는 정치적인 측면이 있으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유일한 해결 방법은 김씨가 북한이나 일본 납북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전제하에 '정보수집의 일환'이라는 단서를 붙여 특별 대우하는 것이라고 일본 법조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chungw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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