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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노래없는 뮤지컬 '컨택트'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배우들이...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배우들이 노래하지 않고 대사도 거의 없다. 단지 춤과 몸의 힘으로 극이 흘러가지만 그 안에 이야기가 충분히 녹아있다. 소위 '뺄셈의 미학'이다. 뮤지컬에서 노래를 뺀 것이 아니라 뮤지컬에 무용을 더한 '덧셈의 미학'이기도 하다.

차라리 그냥 대사로 듣는 편이 나을 것 같은 불편한 노래로 채운 뮤지컬들을 떠올리면, 멋진 춤에 신경을 집중할 수 있는 이 작품이 더 반갑다.

8일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컨택트'는 뮤지컬의 고정 형식을 파괴한 독특한 작품이다. 미국 공연 당시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벌어진 논쟁 속에서 2000년 토니상 최우수작품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동안 장르 융합을 내걸었지만 전위적이고 이질적인 결과물로 창작자 스스로 만족하는 데 그친 작품이 태반이었다. 그러나 '컨택트'는 신선하고 세련되게 다른 장르의 맛을 살려내 대중과의 '만남'에 성공했다.

작품은 제목처럼 '만남' 혹은 '접촉'을 주제로 한 에피소드 세 개로 구성된다. 그네를 타는 유럽 귀족들의 유희를 그린 1막 '그네타기',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무뚝뚝한 남편을 둔 중년부인의 상상을 담은 2막 '당신 움직였어?', 자살을 시도하던 한 남자가 우연히 들른 재즈바에서 이상형 여인을 만나 그녀와 춤추는 환상을 그린 3막 '컨택트'가 이어진다.

객석에 전해지는 감동은 점층적이다. 1막은 소품에 가깝다. 아이디어는 신선하지만 그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 2막은 10년 만에 무대에 선 안무가 이란영이 분투하지만 이야기와 앙상블의 조화에 밀도가 떨어진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3막이다. 열정적인 춤과 위트 있는 구성으로 섹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판타지를 선보인다. 이 작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란 드레스의 여인을 연기한 발레리나 김주원의 강렬한 에너지는 압도적이었다.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작은 손끝, 발끝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신비로운 여인의 카리스마가 배어나왔다.

김주원과 호흡을 맞추는 배우 장현성은 이 노란 드레스의 여인을 더 빛나게 한다. '춤꾼'들 사이에서 이야기를 이끌며 극 균형을 잡아준다. 또 다른 작품 주인공인 앙상블의 호흡도 흠잡을 데 없다.

1막과 2막은 아쉬웠지만 관객들은 3막의 흥분을 안고 공연장을 빠져나간다.

17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22-31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1588-5212.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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