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도 등 신흥경제국 행보에 시선 집중
(다보스=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 제40회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린 스위스 다보스에서는 누구도 G7(선진 7개국)을 말하지 않았다.
닷새 동안 이어진 각종 토론에서 패널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용어는 주로 국제적 현안의 새로운 해결무대로서의 G20(주요 20개국)의 위상이었다. 또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경제국의 전망과 경제회복 과정에서의 역할도 단골 메뉴였다.
개막연설을 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금융개혁 문제를 개별 국가 차원이 아니라 G20에서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명박 대통령도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을 G20 서울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로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두 정상의 연설뿐만 아니라 각종 토론의 참석자들과 재계 인사들도 자연스럽게 새로운 경제질서 논의의 공간으로 G20를 거론했다.
국내 한 재벌기업의 총수는 지난달 28일 `한국의 밤' 행사장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G7은 금융.경제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더이상 발언권이 없다"며 "이제 대세는 확실하게 G20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심지어 다보스포럼의 부대 행사의 하나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통상장관 회의에서 일부 국가 장관들은 11월 열리는 G20 서울 정상회의를 도하개발어젠다(DDA) 타결의 중요 계기로 활용하자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연합뉴스에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G20로의 무게중심 이동이 분명하게 드러났다"며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거시경제 전망으로부터 국제금융기구 개편, 금융규제 강화, DDA 등 거의 모든 이슈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G20 정상회의에 과도한 부담이 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벌써부터 11월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의장국으로서 G20에 너무 많은 의제가 집중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은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 6월에 열리는 캐나다 G20 등의 모든 계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다보스포럼의 또다른 두드러진 특징은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경제국들이 경제회복 과정을 주도할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지난달 29일 오전(현지시간) 열린 토론에서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은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경제국들이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회복의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성장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몇몇 패널들은 금융위기 이후 서양에서 동양으로의 권력이동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지만, 국민소득이 5천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국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거는 것은 잘못이라는 반론도 있었다.
일본의 히로타카 다케우치 히토쓰바시 국제기업전략대학원장은 영국 BBC 방송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권력 중심이 동양으로 이전되고 있다는 응답이 60%에 이른 데 대해 "확실히 맞는 얘기"라며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가 주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칭화대 경제전문가 데이비드 리는 미국 프로농구 장신센터인 야오밍을 중국에 빗대어 "야오밍은 키는 크지만 근육은 별로 없다"며 서구인들의 경계심과 지나친 기대를 누그러뜨리려 했다.
신흥경제의 부상과 함께 동아시아공동체 구상도 다보스포럼의 주요 토론 의제 중 하나로 편성되는 등 관심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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