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 밴쿠버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올림픽을 틈탄 유사 마케팅을 단속하는 '장외 경기'를 치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회가 개막하고 경기가 본격화하면서 조직위가 지정한 공식 후원 기업이 아니면서도 올림픽을 교묘하게 연상시키는 광고와 마케팅을 벌이는 기업들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위가 후원 기업들로부터 받는 올림픽 후원금은 무려 7억6천500만 달러로 중요한 재정수입원이다. 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역시 8억6천600만 달러에 달하는 기업 후원금이 전체 예산의 40%나 차지한다. 때문에 조직위가 이들 기업의 독점적 상표권과 지위를 보호하는 일은 경기장 밖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에 속한다. 캐나다 정부도 유사 올림픽 마케팅을 단속할 수 있는 특별법령까지 마련해 이를 지원하고 있다. 올림픽 로고를 사용한 가짜 상품을 가려내는 정도의 일은 기본적이고도 단순한 작업이다. 하지만 국제적 대기업들이 규정을 지능적으로 피해가며 교묘하게 벌이는 올림픽 마케팅은 단속과 규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 15일 글로브 앤 메일 지가 소개한 노바스코샤 은행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은행은 최근 밴쿠버 지점 건물 외벽을 스포츠 경기에 환호하는 팬들의 모습을 담은 대형 사진으로 감싸 놓았다. 그리고 이 사진에 '당신의 색깔을 보여라'라는 이 은행의 평소 카피 문구를 포함시키고 두 차례 올림픽 메달을 딴 하키 선수 캐시 캠벨을 등장시켰다. 스코샤 은행은 평소 붉은색을 상징 색으로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은행이 지난 1947년 이래 올림픽을 후원해 온 캐나다 로열은행(RBC)과 대표적 경쟁 관계라는 점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최근 스코샤 은행의 최고위급 인사에게 이 광고를 '톤 다운' 시킬 것을 요구했으나 사진은 여전히 외벽을 장식하고 있다. 조직위의 데이브 코브 부위원장은 "스코샤 은행 같은 전국적 명성을 가진 기관이 이런 행위를 하고 있다"고 개탄한 것으로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스코샤 은행 측은 이 광고가 밴쿠버 올림픽과는 무관하며 조직위의 광고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조직위는 스코샤 은행 문제를 중요 사안으로 간주하고 대응을 강구 중이다. 음료 업체로 올림픽을 공식 후원하는 코카콜라도 다른 음료 업체의 마케팅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한 크랜베리 음료 회사는 밴쿠버 전철 역에서 승객들을 대상으로 무료 시음 판촉 행사를 잇달아 갖고 있다. 이 회사의 판촉 광고는 올림픽 기간 특별 행사로 돼 있다. 조직위는 이 회사가 올림픽을 활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딱히 광고 규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어서 고심 중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정유사 페트로 캐나다, 허드슨 베이 백화점 등이 올림픽 후원 기업들이지만 경쟁사들의 최근 광고 마케팅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올림픽을 이용하고 있다는 게 조직위의 판단이다. 그러나 조직위의 단속은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기 십상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jaeycho@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