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 드미트리 판킨 러시아 재무차관(52)은 16일(현지시간) "이번 금융 위기로 세계는 새로운 금융 시스템이 필요해졌으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한국도 세계 금융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는 27~28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G20 재무차관-중앙은행 부총재 회의에 참석할 예정인 판킨 차관은 러시아 연방 재무부 회의실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번 금융위기로 이슈가 된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금융 기구의 개혁 문제에 대해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또 "러시아는 한국의 경제 성장에 많은 관심이 있고 양국은 세계 금융 문제 해결에서 많은 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며 G20 내에서의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 증진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다음은 판킨 차관과의 일문일답.
--이번 서울 재무차관회의에선 어떤 안건이 논의되는가.
▲세계 경제시스템과 현재의 거시경제 상황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다. 20개국의 거시경제 상황에 대한 상호 평가 및 전망, 그리고 각국이 준비 또는 실행 중인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다. 경제 정보를 취합해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이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각국이 평가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현실화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살펴볼 것이다.
--출구전략을 언급했는데, 러시아의 경제 회복 시점을 언제 쯤으로 보는가.
▲지금 이미 경기가 살아나고 있고 지난해 3분기부터 국내총생산(GDP)도 상승하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보면 이미 어느 정도는 경제위기에서 회복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아직 경제 위기 이전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경제위기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아마 2012년 쯤에야 경제위기 이전 수준에 도달할 것 같다.
--러시아 정부는 점진적인 보호주의 장벽 제거와 무역 개방 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러시아의 무역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다. G20 정상회의에서 내린 의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보호주의 정책과의 투쟁이다. 관련국들이 이 의제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런던 G20 정상회의에서 이 의제가 통과된 것을 보면 보호주의 장벽 제거는 당연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작 `보호주의 배격'을 담은 정상 선언문은 각 나라의 경제 문제와 부딪히면서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각기 보호주의 장벽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그랬고 안타깝게도 러시아 역시 다르지 않다. 철강, 자동차, 목재와 같은 분야에서는 무역장벽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하는 나라들이 있다.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연내 가입 전망을 낙관하는가. 또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관세동맹을 맺은 국가들과 공동 가입하나, 아니면 단독 가입하는 것인가.
▲최근 러시아가 WTO에 가입하는데 모든 장벽이 사라졌다든지, 가입 시점과 관련해 한 달 뒤가 될 것이라는 등 수많은 전망과 분석이 있다. 그러나 나는 어떤 전망도 하고 싶지 않다. 공동 가입 문제의 경우에도 우리는 WTO 가입하는데 모든 가능한 옵션을 생각하고 있다. 즉 공동가입 또한 가능한 옵션이며 단독 가입 또한 옵션에 포함돼 있다고 보면 된다.
--러시아의 금융 시스템이 낙후돼 있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러시아 금융시스템이 더 개선되고 현대화 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그 목적을 위해 모스크바를 세계금융센터로 만들려고 한다. 중요한 건 단지 모스크바가 세계금융센터를 추진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들이다. 여기서 정책이란 금융시스템 참가자들이 좀 더 편안하고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즉 조세나 금융거래 규정, 비자 관련 문제 등을 개선하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의 시장 간섭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다.
▲금융시장을 통제하지 않으면 금융 거품 내지 심각한 산업 불균형을 몰고 올 수도 있다. 그러나 불필요한 정부 규제는 능률적이지 못해 경제성장을 늦출 것이다. 다시 말해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도 문제며 너무 시장을 풀어주는 것도 적절치 않기 때문에 균형이 필요하다고 본다.
--러시아도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 금융 기구의 개혁에 찬성하는 것으로 아는데.
▲당연히 세계 금융 관계와 금융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브레튼우즈 협정과 자메이카 협정 이후 생긴 (세계를 주도하는) 달러 시스템이나 1944년 탄생한 IMF나 세계은행 등은 지금의 국제 금융시스템에 적합하지 않다. 지금은 금융 시스템의 현대화와 그 상황 점검이 필요한 시기다. 이것은 새로운 유형의 금융 중심, 새로운 힘을 가진 금융 중심의 탄생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중국, 인도, 브라질과 그리고 한국이 새로운 금융 중심국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빠른 속도로 성장해가는 나라들이 새로운 국제 금융 중심축으로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은 신흥국들의 국제경제에서의 위상을 키워줄 것이다.
--러시아는 달러화를 보완할 새로운 기축 통화 도입 등 세계 통화 체제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나 중국 위안화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는가.
▲현재 국제거래에서도 지역통화(regional currency)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고 인접 국가 간의 거래에서도 예전에 달러로 거래됐다면 현재는 루블로 거래되는 걸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나 벨라루스 같은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과의 거래가 그렇다. 중국 위안화가 아시아 시장에서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아주 바람직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이런 통화 시스템의 변화 추세는 달러와 같은 보편적인 세계 통화로부터의 이탈을 반영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교류가 굉장히 활성화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러시아 투자에 관심이 많은데.
▲최근 몇 년 간 한국은 매우 바람직한 경제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경제위기도 순조롭게 극복하고 있다. 지난해 플러스 성장을 한 걸로 알고 있다. 이런 경제 성장은 러시아로 하여금 더 나은 길을 찾게 한다. 현재 두 나라 관계가 매우 좋게 발전하고 있고 러시아에도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거리에서도 빠른 속도로 많아진 한국차를 볼 수 있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과의 금융 협력 등 다양한 경제 협력 모델이 가능하리라고 보는데.
▲금융부문에서도 한국의 은행들이 활발하게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다면 매우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모스크바 세계금융센터를 추진하는데 유럽이나 미국 금융 기관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금융기관들 없이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한국과 러시아가 현재 협력을 잘하고 있다. G20 내에서의 관계도 그렇고 세계금융 문제 등 다른 현안에서도 공통의 의견이 모이고 언제나 서로 쉽게 이해하고 의견이 맞았던 것 같다. 한국과의 관계 발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인 판킨 차관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 교수를 지냈고 1990년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에 근무할 당시 경제금융위원회 책임자로 일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은행장을 2차례 역임했으며 지난 2004년 재무부로 옮겨와 2008년 1월부터 재무차관으로 일하고 있다.
㈜대한뉴스 | 03157 서울시 종로구 종로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1007-A | Tel : 02)573-7777 | Fax : 02)572-5949
월간 대한뉴스 등록 1995.1.19.(등록번호 종로 라-00569) | 인터넷 대한뉴스 등록 및 창간 2014.12.15.(등록번호 서울 아03481, 창간 2005.9.28.)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원모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혜숙
Copyright ⓒ 2015 대한뉴스. All rights reserved. 대한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