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살단 범행 준비과정 생생히 포착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핵심 간부 마흐무드 알-마부를 살해한 암살단의 범행 수법은 전문 킬러조직으로 밖에 볼 수 없을 정도로 기민하고 민첩했다.
암살단이 지난달 1월 19일 마부가 두바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행을 시작한 점이나 그가 묵을 호텔에 미리 가서 사전 답사한 점 등은 사전에 마부의 두바이 체류 관련 정보를 완벽하게 빼낸 것으로 보인다.
암살단 중 일부는 마부가 호텔에서 체크인 뒤 객실로 갈 때 같은 승강기에 타고 올라가 방 번호를 확인한 뒤 바로 앞 객실을 곧바로 예약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마부의 주변에서 그의 동태를 살피면서도 의심을 피하기 위해 2개조의 '정찰조'를 운영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여성 조직원 1명을 포함, 암살단 일부는 가발과 콧수염 등을 이용해 수시로 변장하는가 하면 휴대전화 추적을 피하려는 의도인 듯 무전기 방식의 특수 통신수단을 이용하는 등 '프로'다운 면모를 보였다.
마부가 호텔에서 외출한 뒤 객실로 돌아왔을 때 불과 20분 만에 범행을 마치고 암살단 11명이 차례로 두바이공항을 통해 홍콩, 파리 등으로 출국할 때만 해도 이번 사건은 완전범죄로 끝이 나는 듯했다.
그러나 아무리 전문 킬러조직이라 하더라도 폐쇄회로 TV(CCTV)의 감시망까지 벗어날 순 없었다.
두바이공항 입국장, 공항 터미널 게이트, 호텔 로비와 복도에 설치돼 있던 CCTV들은 이들의 동선을 생생하게 담아 경찰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
두바이 경찰은 CCTV 화면을 토대로 용의자 윤곽을 좁혀 갔고 결국 11명의 신원을 확인, 인터폴이 적색 수배령을 내리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여권이 위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용의자 검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암살단의 치밀한 범행 준비 과정이 CCTV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됨으로써 관련국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이끌어낼 수 있게 됐다.
다히 칼판 타밈 두바이 경찰청장은 현지 일간지 '더 내셔널'을 통해 "암살단의 움직임은 CCTV에 1초 단위로 남겨졌다"며 그들을 멍청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두바이에 설치된 CCTV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에서 두바이가 비교적 안정된 치안을 유지할 수 있는 데는 거의 모든 장소에 설치된 CCTV가 일정 부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근동.걸프 군사연구소의 안보 전문가 리아드 카와지는 AFP통신을 통해 "두바이가 법과 질서가 유지되도록 하는 데 기울이는 노력은 가히 편집증적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래도 이는 긍정적인 편집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 경찰은 암살단의 범행 수법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과거 암살 수법과 유사하다며 사건 배후에 모사드가 있다고 밝히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마부는 전기충격을 받고 목 졸려 숨진 채 사건 발생 다음날 호텔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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