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슬라하노프 의원, 연합뉴스와 인터뷰서 전망
(모스크바=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러시아 정계의 `거물'로 알려진 아슬란벡 아슬라하노프(68) 연방의회(상원) 의원이 "남한과 북한의 통일은 단지 시간 문제"라고 말해 주목된다.
아슬라하노프 의원은 25일(한국시간) 모스크바 시내 크램린궁 인근 자택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인터뷰를 갖고 "양국이 통일에 대해 얼마나 잘 준비하고 있느냐에 따라 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체첸 출신으로 경찰 고위간부를 거친 아슬라하노프 의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전 대통령(현 총리)의 경제 고문이었고, 한 때 체첸 공화국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는 이어 통일 후 한국을 이끌 지도자에 대해 언급, "누가 지도자가 될 것인가는 정말 중요한 문제"라면서 "하지만 선거를 통해 민주적으로 지도자를 뽑는다면 인구가 많은 쪽에서 통일 한국의 지도자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남과 북이 통일되면 독일이나 예멘 경우처럼 양쪽 국민 모두 정신적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면서 "북쪽은 해방됐다는 생각과 함께 피해의식에 시달리고, 남쪽은 잘사는 나라라는 거만한 자세를 보일 수 있다"며 이런 문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북한의 젊은이들은 지배 계급이 만들어 놓은 체제 아래에서 비현실적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방송에서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정보 외에 다른 것은 접하기도 어렵다"면서 "남북통일이 돼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북한 젊은이들이 알게 되면 심각한 회의에 빠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 아슬라하노프 의원은 1992년 북한에 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 벌어진 일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김정일과 통일 문제를 놓고 대화를 나눴는데, 김정일은 `국민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남이든 북이든 동족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통일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남북 통일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져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담담하고 노련하게 답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과 보드카를 대작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둘이서 보드카 두 병을 비웠는데 보드카에 금가루가 섞여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면서 "당시 김정일은 건강했고 술도 잘 마셨지만 술을 다 마신 뒤 금가루가 깔린 술병은 가져갔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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