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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한복의 세계화,세계적인 최고의 디자이너를 꿈꾸는 한복디자이너 박지현

   
 

50개국 주한 외교관이 참여하는 세계의상 페스티벌행사가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 각국 대사와 가족들의 한복패션쇼가 열렸는데 스위스 대사 부인과 튀니지 대사부부가 무대에 서자 관객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 한복 머리부터 고무신까지 외국인이 입었지만 그들이 한복자태를 뽐내기에 한 치의 부족함이 없는 딱 맞는 한복차림새였다. 알고 보니 국악소녀 송소희의 한복과 KBS 광복 70주년 특별기획드라마 사극‘징비록’의 한복을 제작, 협찬하는 박지현 한복연구원의 작품이었다. 우리의 전통한복에 스위스와, 튀니지의 특징을 살려 디자인한 한복,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발맞춘 무대한복까지 요즘 주목받고 있는 박지현 한복연구원 원장을 이달의 디자이너로 선정했다.

그저 한복이 좋아 시작된 한복인생
  왜인지는 모른다. 그저 한복이 좋았다. 우리 한복천의 고운 색감이 좋아 색깔별로 이래저래 맞춰보고 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허투루 보지 않고 나름대로 그림을 그렸다. 집안이 가세가 기울어 원하는 의상공부를 하지 못했지만 누구보다도 한복을 좋아했고 사람들을 보며 피부색과 얼굴형, 체형, 성격 등도 참고해 어울리는 것을 찾아 날개를 달아주는 일을 시작한지 벌써 25년이다.

  처음 한복집을 시작한 평택에서는 이미 감각적인 눈썰미에 대한 소문이 자자하다. 특별한 날에 가장 돋보일 수 있게 해 줄 테니 모두 믿고 맡기라는 그녀의 말에 처음부터 고객들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복을 찾아갈 때는 모두 만족스러워했다. 그리고 결혼식에서 주목을 받고 이바지 음식을 챙겨 보내 고마움을 전한 고객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서울에서도 입소문과 소개로 많은 고객들이 찾아와 얼마 전 청담동에 두 번째 샵을 열었다.

인연을 귀하게 여기다 
  박지현 한복에는 국악 신동들이 많이 찾아온다. 국악소녀 송소희의 의상을 협찬한 지 5년이 넘어서고 있는데, 주위의 지인들이 송소희가 오늘은 어떤 옷을 입고 나올지 궁금하다는 말을 들을 때 너무 기쁘다고 전했다. 제29회 동아음악 콩쿠르에서 금상을 수상한 이성현(중앙대), 송소희 뒤를 이을 국악신동 박성열(남원예고), 심보미, 김효슬, 이지은, 임소연 등도 무대에서 박 원장의 한복을 입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는 박 원장의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서는 것이 소리로 미래를 꿈꾸는 용기를 갖게 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여길 정도다. 박 원장은 한 명 한 명 특징을 살려 예쁜 옷을 만들어주면 원장님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훌륭한 국악인이 되겠다며 아이들이 진심어린 말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탄생부터 노을이 끝날 때까지 어울림의 옷을 만드는 박 원장
  배냇저고리는 아기가 귀하고 복을 받는다는 의미와 귀한 자손이 건강하게 자라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래서 박 원장은 그 집안에서 장수했거나 존경받는 어르신의 옷을 가져오라고 해서 그 옷으로 배냇저고리를 만든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 한 가정을 이룰 때 가장 아름답게 돋보일 수 있는 결혼예복을 짓는다. 또 중년이 되어서는 빠르게 유행이 바뀌어도 한여름에 더욱 빛이 나는, 우아한 멋을 내는 모시한복 한 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노을로 사라질 때 예전에는 삼베로 수의를 만들어 두었지만 요즘은 자신에게 추억이 되는 옷을 입거나 가장 편하게 입은 옷을 대신한다. 얼마 전 자신의 오래된 친구가 암으로 마지막 노을을 바라보고 있어 만나러 갔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는 수의 대신 박 원장이 손수 지어주는 분홍색 한복을 입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부탁했다. 자신은 친구가 고희 때 가장 아름답게 보이게 해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빨리 입을 줄 몰랐다며 눈시울을 적신다. 박 원장은 우리가 인생의 사계절을 지내며 이렇게 4벌을 입을 수 있다면 가장 행복하고 귀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지 않냐고 말한다.

2014 세계의상 페스티벌 - 예쁜 한복보다는 입은 사람이 돋보이는 한복
  50개국 주한 외교관이 참여하는 2014년 세계의상 페스티벌에서 스위스 대사부인의 한복과 튀니지 대사부부의 한복을 맡았다. 박 원장은 먼저 그 나라의 전통 색과 국기, 또 그들의 민속의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튀니지 대사부부에게는 베이지와 짙은 파랑, 갈색의 조화로 한복을 만들었고 스위스 대사부인은 초원에 흰 눈이 살짝 내린 듯한 흰색레이스를 덧댄 한복을 만들어 무대에서 가장 돋보이게 만들었다. 박 원장이 한복 머리를 하는 미용사까지 데려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차림새로 한국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하자, 스위스 대사부인은 자신의 나라 특징을 살려준 섬세함에 놀랐고 절대 잊지 않겠다며 한국의 아름다움 속에 박지현 디자이너가 있어 행복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15 제5회 코리아 스타일 위크 - 생각의 전환이 만들어낸 한복
  1월 22일부터 25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박지현 한복 패션쇼에서 여자 모델이 치마저고리가 아닌 바지저고리를 입고 등장했다. 칠부 소매와 밑위가 긴 저고리, 고쟁이 느낌의 칠부바지가 그것이었다. 그리고 부츠에 저고리고름을 감아 고무신 대신 멋스러운 현대적인 신발을 선보여 큰 갈채를 받았다. 고무신 대신 조선시대 목화를 본 딴 부츠, 속옷을 겉옷으로, 남성복을 여성복으로 한 생각의 전환에서 나온 의상을 선보였다. 박 원장은 어른들도 하루 종일 한복을 입고 집에 가서 한복을 벗을 때“아이고, 이제야 살 것 같네”하는데 젊은이들은 오죽 하겠냐며 한복을 입을 기회들이 점점 없어져 가기 때문에 입고 클럽에도 가고, 여행도 갈 수 있는 실용적인 한복을 만들고 싶고 지금 그렇게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파티복 형식의 드레스 한복도 큰 인기를 얻었다. 당의를 모티브로한  웨딩드레스, 끈을 이용해 옷고름의 느낌을 주고 조각보를 접목시킨 치마, 화려한 한복의 색감이 아주 잘 어우러진 작품들이었다. 박 원장은 전통한복을 연구하면 할수록 새로운 한복에 대한 디자인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녀의 한복 속에서 또 다른 한복이 탄생하는 것이다.

 K-POP을 통해 우리나라가 전 세계로 알려지듯 한복으로 전 세계에 알리미 역할하고 싶어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해외에서 우리 교포들이 한복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파티에 입을 옷이라고 또는 특별한 날에 입을 것이라며 부탁을 한다. 박 원장은 어느 때보다도 더 시간을 들여 옷을 완성해 보낸다고 했다. 해외에서 우리 교포들이 한국이 그립고 가족과 친구가 보고 싶을 때 입을 옷이라 생각하고 또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보이게 하고 싶어서이기도 하다며 힘주어 말한다.

박지현 한복이 좋아 모인 팬카페(cafe.naver.com/ghpak)
  박 원장은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인생의 가뭄과 장마, 태풍을 이겨왔다. 한복샵에 불이 나 한복 천이 모두 불타 모든 것을 잃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주위에 많은 인연들이 도움과 격려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하며 고마움도 전했다. 그리고 아이들 한복을 맞춘 경우 예쁜 단을 덧대 3년은 거뜬히 입힐 수 있게 계속 고쳐준다. 엄마들은 예쁘게 고친 한복을 보고“이렇게 해주면 언제 돈 버세요?”하며 오히려 자신을 걱정해주는 고객도 있다고 웃는다. 남 주기를 좋아해 과일이 선물로 들어오면 다 주고 정작 자신은 사먹는다며 천성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이런 박 원장의 마음자리를 좋아하고 한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인터넷 팬카페를 만들었다. 패션쇼나 방송에 나온 자료들도 관리해주고 조언해주는 든든한 응원부대라며 자랑을 한다.

취재후기
  항상 흰색 한복을 입으시던 할머니께서는 동네의 폐백 상차림을 도맡아 하셨고 낮에 일을 마치고 돌아오신 엄마는 늘 조각천들을 모아 바느질해 이불이나 상보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 옆에서 조각천들을 신기하게 만져보며 이리저리 색을 맞추던, 국악방송이 나올 때면 소리보다는 한복이 예뻐서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그 모습이 바로 우리의 한복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박지현 한복연구원 원장이다. 우리가 한복을 입으면 몸가짐과 걸음걸이가 단정해진다. 이것은 바로 한복에는 우리 아버지들의 가르침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복의 매무새를 만지며 마음가짐도 가다듬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한복은 어머니의 정성과 아버지의 가르침이 담겨있는 우리가 입어야 하는 옷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겨 입지 않는 이유는 불편해서이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박 원장 같은 디자이너가 필요하다. 박 원장의 한복을 보면 한번 입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중년이 될 때까지도 한복을 한 번도 입어보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아직 주위에 많다. 그것은 결코 자랑이 될 수 없고 조금 불편하다고 해서 편한 것만 찾는다면 우아한 멋과는 멀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추상화를 보더라도 정통으로 미술을 배운 사람의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다르다. 아무리 영감을 가지고 그린다 해도 기본기가 다져진 그림이 받는 평가는 다를 것이다. 이처럼 박지현 한복도 전통이 기본이 되어 만들어진 퓨전 한복의 모습인 것이다. 박 원장은 무대 한복의 경우 어떤 색깔이 화면으로는 어떻게 비치는지 연구하고 혼주들의 한복색이 촛불 앞에서는 어떤 색깔로 사람들에게 보이는지도 생각하며 고객의 나이와 피부색, 얼굴형, 체형을 충분히 고려하고 옷을 만든다. 하나의 한복을 만들기 위해 맘에 드는 한복감을 고를 때까지 발이 부르트게 다니는 그녀의 두툼한 엄지와 검지의 굳은살이 진정 프로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