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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훈의 시 <등화관제>

등화관제 

 

뿌리에도 알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발등에 밤이슬이 돌아오던 날. 다행히 빨간 꽃들엔 무심하던 네가 복개공사로 사라지기까지. 우리는 준비된 모범시민이었다. 빛의 행적들은 늘 도시로부터 캐내져야 했으므로. 쇠귀나물과 토란의 맛이 히아신스 크로커스의 이름보다 촌스러운 줄 알았던, 내 아홉 살의 등화관제에 어두운 화분을 걸어둔다. , 이백 십 호 천 삼호 불 꺼라. 외할머니가 알뿌리를 넣어 끓인 국물 맛은 네가 돌보던 집에, 꺼진 불에 뜨겁게 잠긴 어른들의 맛. 진짜 폭격이 시작될 줄 알았던 두근거림이 혀끝을 조였다. 덮인 흙 위로, 매일 자라는 이슬들이 잠을 모을 때. 캐낸 알뿌리들은 꺼진 전등들을 더 많이 머금었다. 자라나 동이 틀 때까지 서로의 발등을 보면서, 점점 짧아지는 봄을 옮겨가는 젖은 불꽃 속에서. 나는 가장 아름답던 우산을 안고 긴 울음과 웃음 사이에 침을 뱉는다

 

류성훈 시인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