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晉)나라의 태위였던 가충이 일행들과 함께 봄나들이를 할 때였다. 수면 위에 작은 배를 띄워놓고 약초를 말리는 한 청년이 눈에 띄었다 그는 누구보다 선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가충은 그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다는 생각에 주변 사람들에게 “저 청년은 누군가?”라고 물었다. 신하가 말했다. “회계군 태생의 하통이라고 합니다. 속세가 싫어서 시골에 은둔해 살고 있는 청년입니다. 아프신 어머니의 약을 사기 위해 가끔씩 시골에서 내려오곤 합니다.”라고 말했다.
가충은 호기심이 생겨 하통에게 다가갔다. “듣자 하니 그대는 강변 지역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그럼 배를 부리는 데 능숙하겠구먼. 한번 보여줄 수 있겠나?”라고 묻자 하퉁은 아무 말 없이 약초를 한쪽에 놓고 빠르게 노를 저었다. 그 모습이 마치 풍경화의 한 장면 같았다. 배는 유연하게 앞으로 나아갔고 물결은 하얗고 작은 파도를 만들어냈다. 가충은 넋을 잃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돌아온 하통에게 가충이 다시 물었다. “자네는 자네 고향의 노래를 부를 줄 알겠지?”라고 묻자 하통이 답했다. “"네,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노래가 있습니다.”라며 노래했다. 하통의 노래는 마치 봄 햇살을 가르는 아름다운 선율과 같았다. 절묘한 가락과 청아한 목소리는 듣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할 정도였다.
그때 가충의 머리에 한 줄기 생각이 스쳤다.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곁에 두고 일해보고 싶군.’ 그래서 가충은 하통에게 제안했다. “자네는 벼슬을 할 생각이 없는가?”라고 궁금해하자 하통의 얼굴에서 곧바로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충은 하통의 그런 모습에 잠시 당황스러웠지만, 가충은 곧 깨달은 바가 있었다. “이 친구야말로 목인석심, 유혹에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구나. 이런 사람에게 벼슬을 권하다니.”라며 속으로 읊조렸다. 그렇다. 하통은 세상이 싫어서 은둔한 것이지 벼슬이 없어서 은둔한 것은 아니었다. 가충은 하통에게 벼슬을 제안했지만, 하통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세상에 나갈 이유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