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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스마트팜 시대에 농업은 ‘농사’가 아니라 ‘산업’이 됐다

딸기를 여름에 본 사람은 거의 없다. 이제는 겨울 과일

딸기 제철은 6월~8월의 여름이었다. 하지만 이제 딸기를 여름에 본 사람은 거의 없다. 요즘 딸기는 대부분 11월~4월, 즉 난방을 기반으로 한 실내농장에서 재배하여 ‘겨울 과일’로 인식된 지 오래다. 딸기는 계절·유통·가격 구조가 완전히 뒤바뀌어 가장 빠르게 산업화한 과일이다. 소비자는 딸기값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타박한다. 가격에는 연료비가 포함되어 있어서다. 특히 온도에 민감한 딸기는 한 달 난방비가 500만 원 가까이 된다. 스마트팜 시대에 농업은 ‘농사’가 아니라 ‘산업’이 됐다.

 

‘소비 트렌드’ 변화와 ‘난방’이라는 거대한 비용 구조

여름 딸기가 겨울 딸기가 되기까지 산업 구조의 대전환이 있었다. SNS 중심의 소비 트렌드는 자연의 시간보다 빠르게 변화하여 계절을 바꿨다. 딸기는 계절을 포기하는 대신 난방비를 선택한 산업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겨울에 실내농장에서 딸기를 재배하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맞춰야 한다. 생장 과정이나 출하시기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하여 적합한 온도 설정 및 관리가 필요하다. 밤 온도는 8~10℃, 낮 온도는 20~25℃ 유지. 온갖 병충해를 막기 위한 환기·습도 조절 등. 난방비는 한 달 400만~500만 원 수준, 2023~2025년 에너지 가격 상승 이후 딸기 산업 비용 구조의 절반은 난방비이다. 이제 겨울에 딸기를 먹는 건 난방비를 같이 먹는 것과 다름없다. 즉 딸기 한 알에는 난방비·노동·기술이 함께 들어 있다.

 

경기도와 충청권 딸기 농가의 공통된 말은 비슷하다. “딸기값이 비싸다는 말이 많은데 난방비가 너무 올라서 그래요. 2024년에는 월 350만 원이었는데, 2025년에는 월 500만 원 나왔습니다. 딸기를 키운다는 건 난방비와 싸우는 일입니다. 온실에서 불을 끄면 작물이 바로 얼어 죽습니다. 딸기값이 안 오르면 적자예요. 난방비가 안정되어야 딸기값도 안정됩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그 외 딸기값 안정화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꽃 솎기, 수확, 선별, 포장 등 이 모든 단계를 손으로 해야만 하는 ‘손이 많이 가는 과일’이란 점이다. 거기에 고령화·노동력 부족은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루 10만 원으로는 젊은 사람 인력 구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종사자들은 앞으로 딸기 산업은 무조건 스마트팜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팜(Smart Farm)이란 스마트(smart)와 농장(farm)의 합성어이다. 전통 경작 방식의 농,축,수산업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지리정보시스템 등 IT첨단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향상하는 시스템이다.

 

끊임없는 연구로 개발한 브랜드 마케팅과 농업의 만남

 

일부 농가에서는 여름 딸기 생산에 재도전하여 계절성을 회복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또 다른 농가에서는 겨울 수요가 너무 강해 완전히 돌아가긴 어려운 구조라며 시장 수요 유지를 하려고 한다. 앞에서 밝혔듯이 SNS 위주의 디저트·카페 수요 증가에 따라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싸도 “맛있으면 산다”라는 경향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따라서 시장은 킹스베리·설향·아리향·금실 등 프리미엄 딸기를 내세운 브랜드마케팅으로 움직이고 있다. 농업에서 본격적으로 ‘브랜드’와 ‘마케팅’을 내세운 것은 언제부터일까. 아마도 기존 방식대로 생산만 하면 팔리던 시대는 끝났고, 생산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시작됐다는 추론이다.

 

킹스베리딸기는 충청남도 농업기술원에서 9년간의 연구 끝에 지난 2016년 개발한 품종이다. 일반 딸기의 2~3배 크기의 대과형이다. 부드러운 과육과 풍부한 과즙이 특징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 품종이다. 설향딸기는 농촌진흥청, 충남농업기술원, 논산시농업기술센터, 대학이 협력해 환경·재배기술 표준화와 저장‧유통기술을 개선하고 수출 작목으로 육성한 품종이다. 아리향딸기는 기존 딸기에 비해 크기가 크고 단단하며 비타민C 함량도 풍부하다. 금실딸기는 설향과 매향을 교배해 만든 국내 품종으로, 단단한 식감과 고당도·향의 조화가 특징이다. 선물용·수출용으로 인기가 높다.

 

이와 같이 새롭게 개발한 딸기에 그럴듯한 이름을 만들어 붙이기 시작했다. 유기농으로 안전하게 재배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갖은 노력 끝에 국가에서 주는 인증마크도 받았다. 좀 더 눈길을 끌기 위해 포장도 예쁘게 바꾸고 의미 있는 이야기도 만들어 엮었다. 전국 각지의 고객과 만나기 위해 온라인 사이트도 개설하여 주문받고, 기다려주지 않는 고객을 위해 당일 배송도 해준다. SNS를 통해 새 상품 홍보도 하고, 크고 작은 관련 행사에 참여해서 네트워크도 넓힌다. 이렇게 딸기 브랜드도 국가통합인증마크, 포장디자인 및 스토리텔링 등의 감성마케팅과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까지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드 마케팅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지역 특화 6차 산업의 대표 사례와 경제 효과

 

그동안 1차 산업에 머물렀던 농가들도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6차 산업을 실행하고 있거나 추진 중이다. 농업 6차산업은 1차(생산)·2차(가공)·3차(유통·체험·관광)를 연계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융복합 생산 활동이다. 농업6차산업화를 위한 6차산업법(농촌융복합산업육성지원법)이 지난 2014년에 제정되었다. 더 이상 농지의 크기와 농부의 땀 흘리는 성실성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미래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어서 이와 같은 법 제정이 필요했다.

충남 논산시는 세계 최초로 딸기를 주제로 ‘2027 논산세계딸기산업엑스포’ 유치에 나섰다. 딸기가 산업과 문화 그리고 미래 기술로 이어지는 6차산업에 관광을 연결해 세계 시장에서 논산 딸기의 위상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충남은 전체적으로 딸기 농업 수입은 약 3000억 원, 논산 지역만 하더라도 1800억 원에 가깝다고 한다. 수출시장은 싱가포르·홍콩·태국 등 동남아를 비롯해 미국·캐나다 등 신시장 개척에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나아가 가공·체험·관광과 연계한 6차 산업화를 통해 K-푸드, K-농업, K-컬처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경은 전국 최고의 오미자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미자 성공신화를 이룰 수 있었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1차 산업에 안주하지 않고 가공 산업과 축제, 체험활동 등의 6차 산업으로 확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가공 및 유통 부분에서 기존의 약재로만 사용되었던 고정 틀을 과감히 깼다. 농산물에 기술을 접목하면서 오미자주스, 오미자빵, 오미자청, 오미자와인, 오미자막걸리 등 부가가치를 높이는 식품으로 개발한 것이다. 1996년 시범사업을 시작해 1,000억 원 이상 매출신화를 기록했다고 한다.

 

전북 고창군은 ㈜대상과 손을 맞잡고 ‘고창사시사철 김치특화산업지구 활성화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북 지역 7개 농생명산업선도지역 (고창, 남원, 장수, 임실, 익산, 진안, 순창) 중 민간 대기업과 업무협약은 고창이 최초이다. 이번 협약으로 전북특별자치도와 고창군은 농생명산업지구 내 농민, 기업 등이 원하는 추가 특례 발굴, 김치 원료 공급 거점화 단지 육성을 위해 생산기반, 농기계 자동화 및 기업유치 환경조성 등을 지원한다. 대상 주식회사는 김치 생산, 수확, 보관 등 모든 과정에 대한 기술이전으로 김치 원료 생산의 농가 조직화, 품질 균일화 및 김치 산업의 품질고급화를 유도하고, 유통 활성화 등을 지원한다. 관계자는 고창농업을 1차 원료생산산업에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6차 산업으로의 체질 변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6차 산업 성공 비결은 다시 1차 산업의 기본기부터 다져야

 

6차 산업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현장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6차 산업의 성공 여부는 결국 1차 산업의 기본기에 달려 있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단순하다. 실제 1차 산업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와 생산물 유통에 대한 노하우와 지식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즉 6차 산업은 1차 산업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1차 산업이 없으면 6차 산업도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화려한 가공 제품과 체험 프로그램을 갖추더라도, 원재료인 농산물의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체험형 농장과 가공 시설을 먼저 도입했지만, 원물 품질 관리에 실패해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멋을 부리거나 한탕주의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특히 2차 산업인 가공 분야는 1차 산업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농산물의 맛, 당도, 크기, 안전성은 가공식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균일한 품질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면 대량 생산과 브랜드화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3차 산업인 체험·관광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소비자와 관광객은 단순한 체험보다 믿을 수 있는 농산물과 진정성 있는 생산 과정을 원한다. 생산 단계의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체험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고, 지속 가능한 관광 산업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그런데 정부가 6차 산업을 육성하면서 일부에서는 정부 보조금과 지원금을 노리는 기획 창업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며놓은 6차 산업 기업들은 정부 지원금이 끊어지면 바로 어려움을 겪는다”라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땅을 이해하고 농산물을 제대로 키우는 1차 산업의 힘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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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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