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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일반

현장 스케치 | 우체국 풍경

사랑 전령사가 외치는 기쁨의 한 마디 “편지 왔어요!”

[인터넷 대한뉴스] 글 이광열 기자 | 사진 이광열, 이동현 기자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멀리 있는 이들에게 소식을 전할 때 전화나 이메일 등 빠르고 편리한 통신수단을 이용한다. 하지만 이런 통신수단들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하얀 종이 위에 사연을 적어 보내던 ‘편지’라는 두 글자에 더 익숙해 있었다. 봉투에 주소를 쓰고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던 때가 사실 오래전 일이 아니다. 또한 그렇게 받은 편지 한 통의 기쁨은 분명 이메일이나 전화의 감동하고는 사뭇 다르다고 다들 느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에게 색다른 감동을 안겨주는 편지 한 통이 어떻게 우리 손에 배달되는지 우리나라 우편 업무의 허브인 우편집중국의 모습과 우편배달의 일선에서 뛰고 있는 집배원들의 진솔한 사랑 전령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우편 배달업무의 허리역할을 담당하는 우편집중국


어둠을 뚫고 헤드라이트 불빛들이 하나 둘 동서울 집중국의 정문을 통과하더니 집하대에 멈춰섰다. 불빛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우편물을 잔뜩 실은 빨간 색의 우편화물차들.


화물칸 문이 열리자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각종 우편물과 수하물들이 집하장에 일제히 뿌려졌다. 우편물들을 내리고 정리하는 인부들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하고 집하장은 이내 우편물 천국이 되었다. 그렇게 도착한 우편물과 수하물들은 컨베이어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분류장으로 향했다.


분류장은 크게 우편물 분류장과 택배나 소포를 처리하는 수하물 분류장으로 나뉘는데 대부분 자동화시스템을 거치기 때문에  많은 우편물들을 제 시간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우편물 분류장의 소형통상복합구분기는 규격에 맞는 우편물들을 발송을 위한 분류까지 자동으로 해내는 다기능시스템으로 시간당 3만 통의 우편물을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정도의 분량이면 사람이 한다고 했을 때 한 번에 25명이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분류해야 하는 양이라고 한다.


수하물(택배와 소포)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컨베이어에 실려 운반되는 수하물은 작업자의 바코드 판독기와 천장의 레이저 판독기를 지나자마자 마치 자기 집을 찾아가듯 각자 배송될 주소지의 바게트로 정확히 들어갔다. 그러나 규격이 맞지 않아 기계판독이 어려운 우편물이나 수하물들은 일일이 직원들의 수작업을 거쳐 받는 이에게 무사하게 배달될 준비를 마쳤다.

 

이처럼 우편물처리자동화시스템으로 많은 양의 일을 소화 해 낼 수 있게 됐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역시 완벽하지 않음이 여실히 증명됐다. 이렇게 밤새 분류된 우편물들은 배달될 지역의 우체국으로 또 다시 긴 여정에 들어간다.

 

 

우편배달의 야전사령부 우체국, 그 선봉에 우뚝 선 전령사들


광진우체국 3층, 우편 분류실에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배달을 마치고 돌아온 집배원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더니 분류장은 곧 도떼기 시장처럼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우편번호별로 20칸 정도로 또 나뉘어져 있는, 나무 상자로 둘러있는 1평 남짓의 공간이 그들 각자의 책상이고 쉼터였다.

 

하지만 단순히 개인용 책상이나 쉼터만은 아니었다. 바로 다음 전투를 위해 분주히 준비하는 전초기지처럼 각자가 다음날 배달할 우편물을 미리 분류하고 준비하는 전령의 전초기지인 셈이었다.


집배원으로 발을 들인지 26년이 됐다는 조덕준 씨(57세)는 여느 때와 변함없이 3층 분류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집배원 일을 하기에 지칠 법도 한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여타 젊은 집배원 못지않게 노익장을 과시했다. 우편물이 가득 든 플라스틱 바스켓을 끌고 간 후 곧 그의 손은 보이지 않았다.

 

한 손에 우편물을 가득 들고 또 다른 한 손으론 그 우편물을 해당하는 우편번호 칸에 재빠르게 던져 넣기 시작했다. 그의 손을 떠난 우편물들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자기가 가야할 주소지 칸으로 골인됐다.


“예전보다야 우편물이 많이 줄었지요. 다 컴퓨터로 편지를 써서 보내니… 근데 택배나 소포가 반대로 늘어서 몸은 더 힘든 것 같네요. 그래도 받는 사람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힘든 줄 모르겠데요. 허허”라며 소박한 웃음을 짓는 조덕준 집배원은 “앞으로 얼마나 이 일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하는 동안 나나 동료들이나 사고 없이 오래 같이 지냈으면 좋겠네요” 라며 선배로서의 진심어린 배려도 잊지 않았다.

 

‘오늘도 달린다’ 빨간 색 오토바이 , 집배원 그리고 사연들


다음날, 아침 일찍 우체국 마당에선 집배원들이 각자 배달할 우편물들을 오토바이에 가득 싣고 출발하려는 몸짓들로 분주했다. 오토바이 바스켓 안에는 기쁜 소식 혹 슬프고 안타까운 사연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우편물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받는 이를 생각하며 썼을 사연 하나에 또 받는 이가 전하는 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사연 하나만을 위해 전령사로서의 최선을 다할 뿐이다.


오늘도 우체국 마당에 세워져 있는 빨간 색 오토바이엔 여지없이 시동이 걸렸다. 가득 실린 우편물들은 사랑 전령사들의 뒷모습과 함께 주인을 찾아 아련히 멀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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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0년 1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교보문고, 영풍문고, MBC(내), 반디앤 루니스, 테크노 마트 프라임 문고를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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