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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연기자들이 하나된 아시아를 주제로 공연을 펼치고 있다. |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4년 만에 아시아 45개국 스포츠 선수들이 인천으로 모였다. 아시안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개회식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만난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고, 이후 선수들은 사격, 수영, 승마, 유도, 축구, 펜싱 등 36개 종목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다. 북한 선수단도 참가해 역도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대회 동안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각국의 사람들은 경기를 지켜보며 선수들을 응원하고 다양한 행사도 즐겼다.
서울, 부산, 그리고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이번 아시안게임은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인천광역시 및 9개 협력도시(서울, 고양, 안산, 화성, 부천, 수원, 안양, 하남, 충주)에서 열렸다.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참가했는데, 제1회 인도아시안게임에 참가국이 11개였고, 단 8일 동안만 진행되었던 것에 비하면 규모가 매우 커졌다. 제1회 아시안게임의 경우, 우리나라는 전쟁직후였기 때문에 참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 빠른 성장을 이뤄, 지금까지 총 17번 경기가 열리는 동안 3번이나 개최국이 되었다. 1986년에는 서울, 2002년에는 부산, 그리고 올해는 인천이 개최지로 선정되었다. 제10회 서울아시안게임에서는 당시 경제 상황과 정책에 맞는‘영원한 전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고, 첨단기술을 도입해 중계시스템을 마련했다. 서울아시안게임은 우리나라도 커다란 축제를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자질이 있음을 아시아인에게 보여준 계기가 되었으며, 2년 후 88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는 초석이 되었다. 2002년 열린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에는 북한 선수단도 참가했는데, 이는 분단 이후 북한이 남한에서 열리는 국가대회에 최초로 참가한 것이었다.
스포츠 축제에서 문화 축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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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회식에서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
1막부터 4막까지 진행된 개회식은 우리 전통과 현대의 문화를 잘 담아냈다.‘45억의 꿈, 하나 된 아시아’라는 주제로 우리나라 국악뿐만 아니라 클래식, 현대 예술을 접목하여 전통과 현대, 그리고 아시아의 하나 됨을 화려하게 표현했다. 특히 아시아인의 관심을 모았던 한류스타 김수현, 싸이, 이영애 등의 등장은 개회식에 열기를 더했다. 공연 제1막에서 굴렁쇠 소녀가 등장해 88올림픽을 연상시켰으며, 제4막에서는 판소리 명창의 소리와 함께 경기장 안에 커다란 배 모양의 무대가 만들어졌고, 각국의 전통의복을 입은 배우들이 그 주위에 둘러 모여 춤추었다. 각 체육관에서는 스포츠 경기 외에도 다양한 문화행사가 진행되었다.‘전래놀이와 함께하는 아시아축제’,‘한글캘리그래피-아시아를만나다’,‘아시아음식문화축제’등 우리 것을 함께 나누는 자리는 아시아인 전체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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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김청용, 진종오, 이대명(왼쪽부터) 선수가 시상식에서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
다양한 종목, 다양한 선수 이야기
아시안게임은 회마다 게임 종목이 조금씩 달라진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42개 종목을 넣은 반면, 이번에는 인라인롤러, 체스, 당구, 댄스스포츠 등이 제외되었다. 대신 28개 올림픽 종목에다 볼링, 야구/소프트볼, 크리켓, 공수도(가라테), 카바디, 세팍타크로, 스쿼시, 우슈까지 총 8개 종목을 추가해 최종 36개 종목을 확정했다.
다양한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은 본인의 기량을 발휘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사격에서는 개인전이든 단체전이든 금, 은, 동메달을 가리지 않고 획득했다. 특히 17세 소년 김청용은 단 3년의 트레이닝으로 사격 금메달 2관왕을 차지하여 많은 언론이 주목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는 진종오 선수(35세)는 사격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땄다. 같은 경기에서 다른 색깔의 메달을 땄지만 그들은 인터뷰에서 서로를 위하고 따르는 마음을 드러냈다. 김청용은 “저는 앞으로 오랫동안 사격을 할 것 같다. 계속 옆에 계신 (진종오) 선배님과 오랫동안 생활을 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했고, 같은 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진종오는 후배가 금메달을 딴 것에 대해“김청용 선수 진심으로 축하한다.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많이 축하해주십시오”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쿵푸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중국 전통 무술인 우슈에서 역대 아시안게임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우슈는‘무술(武術)’의 중국식 발음으로 종목은 투로와 산타로 나뉜다. 투로는 개인이 보여주는 표연경기이고, 산타는 선수간의 대련경기이다. 우슈 투로 금메달리스트인 이하성은 2006년 SBS의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우슈 신동으로 나왔을 만큼 어린시절부터 남다른 실력을 보인 선수다. 이용현과 서희주도 투로 메달을 추가했고, 산타에서도 강영식, 유상훈, 김명진, 김혜빈이 메달을 획득해 우슈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메달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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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펜싱 여자 플뢰레 결승 전희숙(대한민국) 대 후이린(중국)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전희숙이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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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부터 신아람(대한민국), 쑨위제(중국), 최인정(대한민국), 쿵만와이(홍콩). |
1935년 펜싱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고 올림픽 펜싱경기에 출전한 것은 1954년 도쿄올림픽대회 때부터이고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김영호가 처음이다. 펜싱의 역사가 고대 로마부터 시작되었던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에서의 역사는 길지 않은데, 얼마 전부터 펜싱은 우리나라의 효자종목이 되었다. 에페, 사브르, 플뢰레 세 가지의 세부종목을 가진 펜싱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은 각 종목마다 메달을 가져왔다. 특히‘엄마검객’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남현희는 2009년 SK텔레콤 국제그랑프리 펜싱선수권대회 여자 플뢰레 개인전부터 이번 여자 플뢰레 단체전까지 세계 대회에서 4회 연속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놀라움을 샀다. 또 전희숙은 남현희를 이기고 여자 플뢰레에서 소중한 생에 첫 금메달을 땄다.
런던 올림픽 때부터 국제대회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보여주던 우리 유도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 동메달 8개로 역대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을 달성해 명예를 회복했고, 조정, 사이클, 승마, 볼링, 배드민턴 등에서도 많은 메달을 추가해 선수들을 환희했고 우리 국민은 기뻐했다.
안타까운 순간도 있었다. 이번 수영 경기에 많은 선수들의 경계와, 많은 팬들의 응원을 받았던 박태환은 자유형200m, 자유형400m, 남자계영8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또 역도선수 사재혁은 역도 남자 85㎏급 경기에서 1~3차 시기 모두 바벨을 놓쳐 실격됐다. 그러나“아직 끝이 아니다”면서“올림픽 세 번은 나가 봐야죠”라고 해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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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수영 남자 200m 결승에서 한국의 박태환이 3위를 기록한 뒤 2위를 기록한 중국의 쑨양과 악수하고 있다. |
한층 변화된 아시아의 축제
자유형 400m 경기 후 박태환은“연습 때는 감이 좋았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라고 했는데, 많은 네티즌은 오히려 그를 격려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메달색이 뭐가 중요하냐는 반응들이 많아 관중의 태도가 많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국내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은 국가별 순위 정보를 두 가지 방식에 따라 제공했다. 금메달 개수로 순위를 매기는 방식과 금, 은, 동 가릴 것 없이 전체 메달의 개수로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 그것인데, 특히 메달 색에 관계 없이 전체 메달 개수를 세는 방식은 메달 색깔과 순위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분위기 마련에 일조했다.
또 많은 선수들과 한류 스타, 그 외의 인사가 참여한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은 아시안게임이 운동경기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전체를 위한 축제자리가 되어야함을 직접 보였다. 이는 아시안게임이 스포츠 경기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각국의 문화를 선보이고 서로 하나가 되어가는 중요한 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