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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일반

미각(微刻)예술가 장문선

“갯바닥에 룡마 났구만.”

 

   
 

연길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미각예술가 장문선을 두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붓 하나로 중국대륙의 서법세계를 평정했다는데도 칭찬이 가겠지만, 그것보다 칼 하나로 머리카락이나 좁쌀알에 글을 슬슬 써내려가는 신들린 재능으로 하여 칭찬이 더욱 크다.

어려서부터 다른 공부에는 담을 쌓고 오직 글쓰기에만 집착한 장문선이다. 그래서 연필이면 연필, 원주필이면 원주필, 만년필이면 만년필 아무튼 쓸 수 있는 것이면 모조리 쥐고 글을 써내려가는데, 어린 나이에 쓴 글체답지 않게 기백이 넘쳤다고 한다.

장문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글이 소외되는 느낌을 받자 한글을 열심히 익혀 그만의 한글 붓글체를 만들어냈다. 산처럼 무게 있고 물처럼 부드러운 그의 한글 붓글체는 그로 하여금 조선족서예가협회 주석자리에 오르는 데 지름길이 되게 했다.

중학교에 올라와서 언젠가 좁쌀에 글씨를 새긴다는 ‘도인’이 텔레비전에 나오자 그때로부터 칼을 쥐고 작은 물체에 글을 새기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그의 글 새기기는 일사천리로 발전을 가져왔다. 못내 흥분을 감추지 못한 그는 불원천리하고 도인을 찾아갔다. 겉치레 인사가 끝나자 서로 칼을 들고 머리카락에 글을 새기기 시작했는데 아뿔싸 도인의 글에는‘다리’하나가 없지 않으면‘손’하나가 떨어져서 완정한 글체가 아니었다. 글 또한 연하여 알아볼수가 없었다.

하지만 장문선의 글을 글자 하나하나가 획이 정확하고 선명했다. 도인은 입을 딱 벌렸다.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장문선은 명실공히 미각의 정상에 올랐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갯바닥에서 자란 까닭에 누구도 이름을 인정하여 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장문선은 이름을 묻어두고 미각예술에만 정진했다.

중국인들은 유명한 서예가의 글을 하나 받아가면 두고두고 자랑한다. 그만큼 서예작품이 값지다는 얘기다. 장문선이 붓으로 써내려간 글은 사람마다 칭찬이 자자하다. 왕희지의 필체에 견줄만하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글체에 눈을 뜬 사람이라면 칭찬하기에 바쁘다. 장문선이 가장 즐겨쓰고 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받아가는 글은“후덕재물(厚德.物)”,“상선약수(上善若水)”등인데 글의 뜻이 좋아서 받아가는 모양이다.

연변조선족서예가협회 주석이며 중국미각예술가협회 이사인 장문선은 이렇듯 좋은 재주를 가진 덕에 매체에 많이 소개되었지만 늘 겸허한 자세로 수양을 닦고 재주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