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출신의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뮌헨 필하모닉과 피아니스트백건우의 공연을 보기위해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오늘의 연주프로그램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이다.
음악회가 시작되기 전 벌써 기자는 유럽의 칼바람 부는 겨울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뮌헨 필하모닉 단원들이 연주 준비를 마치자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여느 때처럼 짧은 지휘봉을 들고 무대에 올랐고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황제’는 베토벤이 작곡한 5개의 피아노 협주곡 중 마지막 작품으로 몸과 마음이 가장 힘든 시기에 작곡한 곡이다. 피아노 협주곡 중에 유일하게 자신이 초연을 하지 못할 정도로 이미 청력이 악화되었고 전쟁으로 인해 귀족들의 후원금이 끊겨 경제적으로도 매우 힘든 시기였다. 백건우는 1악장에서 거침없는 당당함을 보여주었고 현악기와 관악기뒤로 이어진 독주피아노가 나타내는 표현이 전혀 밀리지 않는 힘을 보여주었다. 2악장은 속삭이며 흐르지만 무너지지 않는 타건에 감탄했다. 또 3악장에서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모두 경쟁하며 사력을 다해 마지막으로 달렸다. 다만 오케스트라와 처음과 끝이 딱 맞지않고 멈칫하는 순간이 있어 조금 아쉬웠지만 오케스트라는 온힘을 다해 백건우의 ‘황제’를 위해 연주하는 것이 느껴졌다. 또 백건우는 베토벤의 터질듯한 고통을 위로하듯 상처를 아물게 하는 연륜있는 연주를 선보였다. 그리고 앵콜로 연주한 가브리엘 포레의 ‘무언가’는 베토벤 음악으로 흥분된 관객들을 바로 프랑스음악의 낭만속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2부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이 시작되었다. 가장 추운나라 러시아, 그중에 더 추운 도시 보트킨스크 광산촌에서 태어난 차이코프스키는 ‘비창’ 초연 후 지나친 혹평에 상처를 안고 9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차이코프스키가 지금의 영광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비창’에 몰입했다.
전반적인 곡의 느낌은 아름다운 멜로디에 장엄함이 깃들어있고 감미롭지만 비통하며 무겁다. 1악장은 콘트라베이스와 바순이 조용히 시작을 알렸고 곡의 주제의 흐름은 지휘자 게르기예프의 독창성이 돋보였다. 3악장에서는 현악기의 경쾌하고 빠른 피치카토가 돋보였고 마구 때리는 팀파니와 강렬한 끝맺음을 보여 마치 박수를 쳐야할 것 같지만 마지막 4악장이 남아있었다. 1악장의 중심을 잡던 바순이 다시 나오고 트럼펫, 호른이 절규하며 절정에 이르고 다시 현악기로 인생의 쓸쓸함을 보여주다 콘트라베이스가 피치카토의 긴 여운을 남기고 지휘자가 1분정도 함께 숨죽이며 끝이 났다. 관객들도 같은 시간동안 숨을 멈춘채 지켜보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브라보를 연호했다. 더 다이나믹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아마 관악파트수가 다소 부족한 듯 느껴져서 인 것 같다.
발레리 게르기예프, 그는 역시 러시아스러웠다. ‘비창’을 통해 인생의 고통을 냉정하게 보여주었고 너무 과하지않는 감성적 지휘 또한 관객에게 ‘절제된 슬픔’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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