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은 주관적으로 소리를 느끼는 이상감각 현상으로 객관적인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구에는 많은 제한이 따른다. 그동안 많은 학자들은 이명이 일상생활에서 언어를 분별하는데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추측은 있었지만 이를 증명한 연구는 없었다. 심현준 교수 연구팀은 다양한 유형의 청력을 가진 이명환자 및 정상인을 네 그룹을 나누었다. 첫 번째 그룹은 양측 청력이 정상이고 이명은 일측에만 있는 환자 9명, 두 번째 그룹은 양측 모두 같은 정도의 난청이 있고 이명은 일측에만 있는 환자 12명, 세 번째 그룹은 양측 모두 같은 정도의 난청이 있고 이명도 양측에 있는 환자 9명 마지막으로 네 번째 그룹은 양측 청력이 정상이고 이명이 없는 15명의 대조군이다.
연구팀은 4개의 그룹에 대해 음향심리학적 분석을 실시했다. 음향심리학적 분석이란 물리적인 소리 신호를 대뇌의 청각 영역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그 상호작용을 분석하여 다양한 높낮이, 지속시간, 그리고 음색을 가진 소리가 뇌에서 어떻게 구별되는지를 규명하는 방법이다. 을지병원 이비인후과 심현준 교수는 “이명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리적인 소리 자극 없이 인간의 대뇌 청각영역이 소리를 인지하는 일종의 이상감각 현상이다.”며 “음향심리학적 분석을 이용하면 이명이 우리 청각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명의 발생기전이 어떻게 되는지 밝힐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말소리는 달팽이관에서 그 주파수 높낮이와 시간변화를 분석하고 그 정보가 대뇌의 청각 영역에서 소리의 의미를 인지하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에 심현준 교수팀은 각각 4개의 그룹에 대해 SRD, TMD, SPD, SRT 등의 4가지 방법으로 음향심리학적 분석을 진행했다. 이명이 있는 귀와 이명이 없는 건강한 귀의 비교에서 SRD(소리의 주파수 분별력), TMD(시간변화 분별력), SPD(주파수 및 시간변화 통합 검사)는 차이가 거의 없으나, SRT(언어분별력 검사)는 이명측 귀의 수치가 의미 있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명측 귀가 건강한 귀보다 언어분별력이 나쁘다는 의미이다. 음향심리학적 분석 결과도 이명이 있는 귀가 이명이 없는 건강한 귀에 비하여 소리의 주파수 분별력이나 시간변화 분별력은 열등하지 않지만 언어분별력은 의미 있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이명은 난청을 동반하기 때문에 이명은 달팽이관 손상으로 촉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양측 귀에 청력이 같지만 한쪽 귀에서 이명이 들리는 경우 ‘달팽이관 내부에 청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손상의 차이’가 이명을 발생시키는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 양측 청력이 같고 한쪽 귀에서 이명이 들리는 환자들에게서 청력이 정상이거나 난청이 있거나 상관없이 이명이 있는 귀와 없는 건강한 귀 사이에 주파수 및 시간변화 분별력이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리의 주파수 및 시간변화 분별은 1차적으로 달팽이관에서 결정된다. 결국 이명이 있는 측과 없는 측에서 차이가 없다는 것은 이명이 있는 측의 달팽이관 기능이 더 나빠져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명이 있는 측 귀가 건강한 측의 귀에 비해 언어 분별력이 떨어져 있다는 것은 이명이 달팽이관이 아니라 대뇌 청각영역의 선택적으로 작용해 말소리를 차폐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통상 언어분별력은 주파수 및 시간변화 분별력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본 연구 결과와 같이 탈동조화를 보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일반적인 소리 청취 경로와 다른 특수한 경로로 이명이 발생하고 인지됨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이명의 발생이 난청을 유발하는 달팽이관의 손상 정도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달팽이관 손상에 반응하는 뇌의 기능 변화에 따라 결정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은 난청이 심한데도 이명이 없고 반대로 어떤 사람은 비교적 좋은 청력을 가지고도 이명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논문이 게재된 The Journal of Neuroscience 는 영향력 지수가 6.344인 대표적인 뇌신경과학 저널이며, 이명 주제로는 최상위 저널에 속한다. 특히 국내에서 이명 관련하여 본 저널에 게재한 경우는 첫 사례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내 학회에서도 매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심현준 교수는 2016년 3월 영국 Nottingham에서 개최되는 ‘10th International tinntus research initiative conference’(https://tri2016.ihr.mrc.ac.uk/)에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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