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나라와 국민만 생각하는 참된 지도자 표상이 되기를
역사 속 참된 지도자 표상을 살펴보니 여러 인물이 떠오른다. 표상은 본을 받을 만한 대상이다. 선덕여왕은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화합의 리더십, 왕건은 고려를 세운 개방과 포용의 리더십, 세종대왕은 창조와 소통의 리더십, 영조는 탕평책을 실시하여 백성을 사랑한 리더십, 정조는 시대를 뛰어넘은 개혁의 리더십 등. 현대 지도자들은 어떤가. 살펴보니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여 나라와 국민을 이롭게 한 지도자도 있지만, 지도자의 길에서 중도에 탈락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훌륭한 지도자의 자질을 지니고도 중도에 낙오되는 이유를 자연에서 찾아봤다.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자연은 그 자체로서 세상을 알게 해 주는 가장 훌륭한 교재라고 했다. 농사는 땅을 개간하여 묘목을 심고 열매를 따려면 3~4년이 지나야 한다. 일 년 농사 가운데 벼농사는 초복·중복·말복에 따라 벼가 쑥쑥 자란다. 이렇듯 자연에서 얻은 깨달음은 기다림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려서도 안된다. 기다림의 조건은 평화가 동반돼야 한다. 최근 국민은 중도에서 탈락한 지도자 때문에 평화를 잃고 국가적 안정을 위해 매우 서둘러야 했다.
21대 이재명 정부가 시작됐다. 국민의 기대가 크다. 그런데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만반의 준비를 갖출 새도 없이 시작하기에 많은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여론은 아마 예전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국정 수행 지지율에 대한 여론조사가 또 궁금할지도 모르겠다. ‘잘하고 있다’, ‘잘못하고 있다’에 대한 응답을 각각 집계하고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를 할 것이다. 과연 국정 지지율 여론조사를 자주 하는 것이 득일까? 실일까? 생각해 본다.
필자의 예전 경험을 적어본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신기자들 가운데 중국 인민일보 전 지사장들은 한국의 정치 상황을 지켜보며 이런 말을 했다. “대통령을 뽑았으면 내가 뽑았든 아니 뽑았든 관계없이 대통령에 선출된 사람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국민들이 도와줘야 하는데 왜 대통령을 흔들어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했다. 또 다른 경험을 기억 속에서 꺼내본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사석에서 필자와 나눴던 이야기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진구 어린이회관 내 대한뉴스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필자가 “대한민국 지도자 가운데 존경하는 지도자가 있습니까?”라고 질문하자 전 대통령은 숨도 쉬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살아계시는 분 중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이지. 주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큰일 났다고 나를 걱정했지. 그런데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께서 새벽에 내게 전화를 한거야. 당선된 후 거는 첫 전화라며 앞으로 국민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게끔 잘 부탁한다. 그리고 아무 걱정하지 말라.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된 것이지 복수나 하기 위해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김대중 당선자가 자신에게 위로와 부탁의 말씀을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덧붙여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날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고 참 고마웠다는 말도 했다. 필자는 그때의 일을 곱씹어보면 교훈되는 점이 있다. 바로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보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복수 초짜는 받은 만큼 되갚고 복수 고수는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한다. 미래를 생각하고 잘살게 하는 것이 최고의 복수라고 여긴다.
다시 이야기를 되돌려 앞에서 언급했듯이 열매가 잘 되고 못되고는 삼 년 동안 농부의 정성과 자연의 보살핌이 좌우하는 것처럼 지도자는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듣는 정성이 필요하다. 반대로 국민은 기다리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대체로 우리나라 국민성은 성격이 급해 ‘빨리빨리’ 문화가 있는데 그것 때문에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는데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새 정부는 긴 여정을 앞두고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새 정부가 잘 되기를 바란다면 기다릴 줄 아는 미덕도 필요한 시점이다.
즉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할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 정치인은 여야 당을 떠나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국민적 의리를 지키는 정신을 갖출 필요가 있다. 기업인은 상도를 지킬 줄 알아야 하고, 법조인은 법의 잣대를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이해가 되도록 공평한 판단을 하고, 성직자는 자연의 모습 그 자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새 지도자는 자신의 맡은 바 책무를 다하고 임기를 마친 후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여야를 비롯하여 많은 국민들이 자신 있게 “존경하는 우리나라 대통령 우리나라 지도자”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꼭 기대해 본다. 그렇다면 여야 가리지 않고 필요한 곳에 인재등용을 하면 국민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대통령임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